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부 김정만 수석부장판사 일행은 지난달 27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회생 여부를 따지기 위해 3일 경남 진해 STX조선해양 조선소에서 현장 검증을 벌였다.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부 김정만 수석부장판사 일행은 지난달 27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회생 여부를 따지기 위해 3일 경남 진해 STX조선해양 조선소에서 현장 검증을 벌였다.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주에 제4차 산업·기업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어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논의한다. 지난 4월26일 3차 협의체 회의 이후 50여일 만이다. 4차 회의에서는 해운업종에 대한 선박펀드 지원 방안, 조선 ‘빅3’ 사업재편 및 중소 조선사 구조조정에 관한 정부·채권단의 계획 등이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종의 자금 경색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조선3사 2단계 구조조정안 내주 확정…'방산 빅딜' 없을 듯
◆“조선 빅3는 설비 축소에 초점”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은 다음주에 구조조정협의체 회의를 열어 조선·해운 구조조정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3차 협의체 회의를 열어 주요 업종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했다. 당시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하고 △채권은행을 통해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로부터 자구계획안을 제출받으며 △해운업종 용선료 인하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4차 협의체 회의에선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 후속 대책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종은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사의 용선료 인하 협상이 다음주 초 최종 타결을 앞둔 만큼 후속 지원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8월께 12억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통해 대형 컨테이너 선박 건조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빅3’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 방안도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 방안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토대로 짜여질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조선 빅3의 자구계획안이 나온 만큼 정부 및 채권은행 주도의 사업재편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방위사업 부문을 떼어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통합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방위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방안은 타당성이 별로 없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며 “당분간 조선 빅3를 그대로 유지하되 생산설비를 회사별로 20~30% 줄여 선박 수주절벽에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사는 당분간 법정관리 등을 검토하지 않고 채권은행 주도로 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 자금경색 풀릴까

4차 협의체에선 지난달 초부터 불거진 ‘조선사 자금경색’ 문제도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초 정부가 조선 빅3에 자구계획안 제출을 요구한 이후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은 이들 기업에 대한 신규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RG) 신규 발급을 일제히 중단했다. 일부 채권은행은 이달 말께 조선 빅3에 대한 회계법인의 재무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규 여신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선업계에선 신규 선박 수주는 물론 기존 수주계약에 차질을 빚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증권가 등 시장에서도 조선사들의 자금경색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조선업체들의 ‘수주절벽’ 사태가 내년 이후로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시중은행들이 신규 여신을 꺼리고 있어서다.

국책은행 고위 관계자는 “조선 3사의 자구계획안이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잠정 승인을 받은 만큼 다음주 회의에서 정부가 시장을 안심시킬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태명/좌동욱/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