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법인세 증세’의 포문을 열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법인세율을 최대 3%포인트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20대 국회 개원 후 처음으로 지난 2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중점추진 법안’으로 확정,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야권의 법인세 인상은 대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 의원 안은 과세표준 100억~200억원 기업의 법인세율은 20%에서 22%, 200억원 초과 기업은 22%에서 25%로 올리고 나머지 중소·중견기업은 현행 세율을 유지하는 내용이다. 더민주도 큰 틀에서 차이가 없다. 대기업에 한정해 최고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과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야권 일각에서도 “다른 대안부터 찾자”는 반론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법인세 증세' 포문 연 거야(巨野)…"25%로 세율 다시 올리자"
◆증세 외엔 대안 없나

야권의 주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내려 투자·고용 촉진을 유도했지만 효과는 없고 재정적자만 늘어난 만큼 ‘원상복구’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재정적자가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98조8000억원, 박근혜 정부 3년간 95조4000억원에 이른다”며 “개정안대로라면 상위 0.7%(1919개) 기업에서 연간 3조6000억원의 법인세를 더 걷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 내에서도 법인세율 인상보다 비과세·감면 축소 등 다른 대안부터 찾자는 의견이 공존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의 명목세율을 올리기 이전에 실효세율 관점에서 세금이 얼마나 합당하게 걷히는지 따져보고, 낭비되는 세금을 줄이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법인세율 자체만 놓고 보면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2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9위다. 미국(35%), 프랑스(34.4%) 등은 물론 OECD 평균(23.19%)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기업이 내는 세금의 총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2013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4%로 OECD 국가 중 6위다. 총 조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4%로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다.

◆대기업 투자 위축시키지 않나

법인세 인상이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법인세율을 1%포인트 올리면 경제성장률이 최대 1.13%포인트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명목세율은 낮아졌지만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가 줄어 실질세율은 이미 인상됐다는 지적도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1년 17.5%에서 2014년 18.7%로 높아졌다.

법인세 인상은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 선진국이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통과 가능성은

야당은 19대 국회에서도 법인세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라는 점에서 거세게 밀어붙일 전망이다. 재정적자를 줄이지 않으면 정권 교체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새누리당은 대기업에만 초점을 맞춘 세율 인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도 법인세의 80% 이상을 대기업이 내는데 세율을 올리면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대기업에 적용되는 것을 중심으로 비과세·감면을 축소한다는 방향에는 새누리당도 공감하고 있어 기업의 실질 세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임현우/유승호/이승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