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치 수정에 주목…회사채 매입규모 30억~150억유로 전망

유럽중앙은행(ECB)이 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이번 달부터 회사채 매입과 2차 4년 만기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이 시행됨에 따라 정책의 효과를 지켜봐야 하고, 오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 관전 포인트는 ECB가 수정 경제전망을 하면서,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얼마나 올릴지와 회사채 매입 관련 세부방안이 무엇일지, 그리스 국채를 담보물로 다시 인정하는 결정을 할지 등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2일 블룸버그가 예상치를 집계하는 애널리스트 38명 전원은 ECB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여는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 예치금리 -0.4%, 한계대출 금리도 0.25%로 묶고 월간 자산매입프로그램 규모도 800억 유로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CB는 이번 달부터 회사채 매입과 2차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Targeted Longer-Term Refinancing Operations)을 시작한다.

회사채 매입은 ECB가 시중은행을 통하지 않고, 기업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는 조치다.

벨기에와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핀란드 등 역내 6개국 중앙은행이 비금융기업의 투자등급 회사채를 매입하며, 매입 규모는 월 30억∼150억 유로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입 당시 잔존 만기는 6개월∼30년 이내여야 하며 채권수익률은 -0.4%인 예치금리 이상이면 매입이 가능하다.

도이체방크는 ECB의 회사채 매입 규모를 월 50억 유로, BoA와 코메르츠방크는 월 30억∼50억 유로, 블룸버그는 월 100억∼150억 유로로 예상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회사채 매입과 관련한 세부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월 회사채 매입규모를 50억∼100억 유로로 하되 이번 달에는 10억 유로어치만 살 것이라고 발표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2차 TLTRO는 ECB가 시중은행에 4년 만기로 장기자금을 빌려주는 프로그램으로 대출금리는 최저 -0.4%다.

이에 따라 이 프로그램이 시행된다면 ECB가 기업과 가계에 대출하는 은행에 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ECB는 지난 3월에 이어 수정경제전망 발표도 앞두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1분기 유로존의 성장률이 0.5%로 ECB의 전망치 0.3%를 웃돈 것 등을 반영, ECB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행 1.4%에서 1.5%로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0.1%인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유가가 예상치보다 배럴당 10유로 상승한 것을 감안, 소폭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CB는 당초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2018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6%로 내다봤으나, 이번 전망에서는 이 수치를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가까이로 올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질 모엑 BoA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과도하게 밝은 전망을 하면 추가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과도하게 어두운 전망을 내놓으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CB가 16개월 전 담보물로서 지위를 잃은 그리스 국채를 다시 담보물로 인정하기로 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그리스 국채가 다시 담보물로 인정되면, 그리스 은행들은 긴급유동성지원(ELO)에 대한 의존을 끝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