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성과연봉제, 민간 등 전체 금융권으로 확산돼야"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거래소 등 금융 유관기관에도 도입 압박
"연공서열·보신주의 개혁 안하면 우리 금융에 미래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금융 공공기관을 모델로 전(全) 금융권이 절박감을 갖고 성과연봉제 도입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마친 9개 금융 공공기관에는 직원 평가 시스템을 투명하게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급변한 금융권 환경과 우리 경쟁력을 감안할 때 현재의 연공서열, 획일적 평가, 현실 안주와 보신주의의 낡은 관행을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금융에 미래는 없다"며 전 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 공공기관들이 진통 끝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만큼 이를 모델로 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노사가 생존을 위해 피할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협의를 조속히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 코스콤, 증권금융, 금융결제원 등 금융 유관기관은 성과보수 비중, 호봉제 여부 등 보수 체계가 현행 금융 공공기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특히 금융 유관기관들이 보다 진지한 태도로 성과연봉제 문제를 논의해달라"고 했다.

금융 유관기관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금융위원회도 '성과중심 문화의 민간 금융권 확산 필요성'이라는 참고자료를 배포해 국내 금융권이 해외와 비교할 때 생산성보다 임금 수준이 높다면서 각종 수치를 제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조사 결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권 임금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영국 1.83%, 독일 1.70%, 일본 1.46%, 미국 1.01% 등인데 우리나라는 2.03%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 2010∼2014년 전체은행 영업이익은 연평균 4% 감소했는데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는 3% 올랐다고 제시했다.

금융위는 "해외 금융선진국은 개인평가를 통한 보수 차등이 일반화돼 있다"며 "주요 글로벌 은행은 호봉제가 없고 동일 직급이라도 직무에 따라 총연봉이 1.5배에서 최대 9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 공공기관장들을 향해서는 "성과중심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있어 성공의 핵심은 직원평가 제도의 공정성과 수용성"이라며 공정하면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성과 연봉제로 불완전 판매, 과당 경쟁, 줄서기 문화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성과연봉제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 방식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부 산하 9개 금융 공공기관은 지난달 30일까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마쳤다.

이에 따라 기본급 인상률 차등 대상이 기존 부서장에서 책임자 직급까지 확대되고, 차등 폭도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커졌다.

각 금융 공공기관은 기관 특성에 맞춰 평가시스템 초안을 마련한 상태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를 제외한 8개 금융 공공기관은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고 개별 직원들의 동의서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후폭풍도 예상된다.

임 위원장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여전히 동의하지 않고 있고 조직 내 갈등도 해소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과정은 금융 공공기관의 낡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으로 볼 수 있으나 기관장들이 조직 안정과 갈등 치유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