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은행, 2008년 65개국에서 사업…지금은 55개국
사업 내용도 재조정 중


전 세계로 사업망을 확장했던 세계 주요 은행들이 이제 글로벌화에서 뒷걸음질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컨설팅전문업체인 매킨지에 의뢰해 세계 10대 주요 은행의 사업망과 사업 내용을 검토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많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8년에는 10개 은행의 영업망은 평균 65개국에 퍼져 있었지만, 지금은 55개국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철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영국의 바클레이즈는 아프리카의 사업 중 상당수를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HSBC홀딩스는 남미의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진 시티그룹도 최소 20개국에서 개인 은행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공간적인 개념의 영업소를 줄일 뿐 아니라 사업 내용도 축소하고 있다.

자본이 많이 투입되는데도 수익은 크지 않을 사업을 접고 있다.

바클레이즈와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등의 최고경영자들이 이미 사업 재조정에 들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은행들이 후퇴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의 모든 고객에게 모든 상품을 팔겠다는 것은 이제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글로벌화에서 후퇴하는 것은 투자자의 압력과 충당금 부담 증가 등 규제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이전에는 투자자들이 글로벌화를 주장했지만, 은행의 이익률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4%였으나 지금은 반 토막인 7%에 그치고 있다.

또 해외 사업이 많은 은행에는 더 많은 자본금을 충당하도록 하는 규제 당국의 방침도 은행들이 사업을 축소하도록 하는 이유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를 시티그룹, HSBC와 필적할 만한 글로벌 은행으로 키워 낸 조지 매튜슨은 이제는 전 세계에 영업점을 두고 다양한 사업을 하는 은행은 사라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유니버설 은행을 믿을 수 없다. 문화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밝혔다.

RBS는 매튜슨이 떠난 지 2년 뒤인 2008년에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현재 해외 사업을 줄이는 중이다.

매튜슨은 투자은행업무와 개인금융 업무를 분리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