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 또 깎일수도…日국채시장 충격시 국제금융시장 불안 우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내년 4월로 잡았던 소비세율 인상(8→10%) 시기를 2년 반 연기하면서 일본 경제는 당장 급격한 위축을 피하게 됐지만, 시급한 과제인 재정 건전화는 미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채시장이 흔들려, 한국 금융시장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 국회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회의에서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2019년 10월로 연기하기로 결단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앞서 여야합의로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한차례 인상한 바 있다.

이후 8%에서 10%로 추가로 올리는 시기를 2015년 10월로 잡았다가 2017년 4월로 연기했었다.

따라서 10% 인상 시기를 미룬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소비세율 인상을 연기하기로 함에 따라 당장 일본은 가계소비의 급감에 따른 경제성장률 하락은 면하게 됐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0.5∼0.7%포인트 가량으로 추산된다.

앞서 2014년 소비세율 1차 인상 당시 일본 경제는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훨씬 위축되면서 경기침체에 빠졌었다.

소비세율 인상 연기로 당장 경제성장률에 타격은 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될 수 있다.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245%로 극도로 높은 축에 속한다.

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재정수입 확대는 정부 재정수지 적자 감축 계획의 핵심이었다.

일본 민간 연구소 다이와소켄(大和總硏)은 소비세 인상을 연기하면 단순 계산으로 약 2조5천억 엔(약 27조원)의 재정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재정수입 증가분은 연 4조4천억엔(약 48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조4천억엔에서 음식료품 제외에 따라 1조엔을 뺀 수치다.

이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가량이다.

일본의 한 해 재정적자는 GDP의 3∼4% 규모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일본 정부가 소비세 인상을 처음 연기했을 때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화 추진 의지에 의구심을 보이면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바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014년 12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로, 피치가 작년 4월 A+에서 A로 각각 낮춘데 이어 9월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AA-'에서 'A+'로 강등하면서,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국보다 낮게 설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미즈호 파이낸셜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이 소비세 인상을 미루고 부채 축소 계획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지난달 2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경고했다.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화 의지 약화는 일본 국채시장의 불안을 자극할 소지도 있다.

이에 따라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보일 경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이다.

소비세율 인상 연기에도 일본 경제가 되살아날지는 미지수다.

국제금융센터는 소비세율 인상 보류에 따른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일본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최대 1.3%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아베노믹스의 성장률 목표치 2%에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