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성공한 웅진] 북클럽 유료회원 30만명…웅진, 법정관리 졸업 2년 만에 빚 다 갚아
웅진그룹이 2014년 2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1년4개월 만에 조기 졸업한 뒤 빠르게 경영을 정상화하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 때 상환하지 못한 1조4384억원의 회생채무 대부분을 갚았다.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웅진식품 웅진케미칼(도레이케미칼) 등 계열사를 매각한 자금 등이 재원이 됐다. 2022년까지 나눠 갚는 것도 가능했지만 주력사 웅진씽크빅이 지난해 매출 6504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영업이 크게 개선돼 채무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기로 했다. 조기 변제 시 채무가 5.5% 할인되는 것도 감안했다.

웅진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재건 작업을 이뤄내고 있는 것은 △비리가 없는 투명경영 △채권자에 대한 진정성 △강력한 리더십 덕분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표 지시에도 비교 견적서 제시

[구조조정 성공한 웅진] 북클럽 유료회원 30만명…웅진, 법정관리 졸업 2년 만에 빚 다 갚아
웅진그룹의 투명경영은 검찰 수사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검찰은 1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윤석금 회장(사진)을 기소하면서 이례적으로 구속하지 않았다. 윤 회장의 개인 비리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였다. 차명계좌 및 비자금이 일절 없었다.

윤 회장의 이런 성향은 그룹 문화로 뿌리내렸다. 웅진그룹에선 사적 이익을 위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웅진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는 “사업상 관계 때문에 특정 회사 물건을 사줄 때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담당 직원과 상의해 꼭 납득시키려고 애쓴다”며 “그렇지 않으면 ‘회장님도 안 그러는데 대표께서는 왜 그렇게 하느냐’는 얘기를 듣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 회장은 “건강한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웅진 같은 회사는 직원 충성도가 높다”며 “(건강한 기업문화가) 법정관리를 극복한 가장 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채권자 보호 진정성 보여

[구조조정 성공한 웅진] 북클럽 유료회원 30만명…웅진, 법정관리 졸업 2년 만에 빚 다 갚아
법정관리 중 채권자에게 보인 ‘진정성’도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웅진은 법정관리 때 담보가 없는 무담보 채권자를 상대로 71%는 현금으로, 나머지 29%는 출자전환을 통한 주식변제로 갚았다. 통상 법정관리에 들어간 무담보 채권의 현금변제 비율은 50%를 훨씬 밑돈다. 웅진은 현금변제 비중을 높게 가져가 채권자 보호에 최대한 힘썼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영세 사업자를 위해 1000만원 이하 채무를 우선 변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무담보 채무 1470억원도 당초 2022년까지 분할변제하기로 했던 것을 6년이나 빨리 갚았다. 조기변제 신청을 하지 않은 256억원만 상환하지 않았다. 법정관리 때 생긴 채무를 전부 갚은 셈이다.

◆떠난 직원도 돌아와

윤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도 빛을 발했다. 그는 재판을 받는 중에도 새로운 사업 발굴을 주도했다. 수백만원짜리 전집 책을 월 4만~11만원만 내면 태블릿PC에서 마음껏 볼 수 있는 웅진씽크빅의 ‘북클럽’이 대표적이다. 2014년 8월 출시 후 지금까지 30만명 가까운 회원을 끌어모았다.

지난달에는 화장품 브랜드 ‘릴리에뜨’를 내놓고 ‘온라인 방문판매’란 새로운 개념의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 결제서비스 페이팔이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를 소개해준 사람에게 무상으로 돈을 준 것을 본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소문을 내는 ‘바이럴 마케팅’을 시도했다. 렌털(대여) 방식과 방문판매 등 기존 성공 경험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윤 회장은 웅진그룹이 그동안 가장 잘해온 교육·출판과 화장품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과거 금융·건설·식품 등 사업 분야를 ‘우후죽순’ 늘렸던 것과는 다르다.

그룹 내에서 윤 회장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그룹 관계자는 “회사가 안 좋아지면서 떠났던 직원들이 최근 하나둘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며 “회장님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다”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