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떠나 베트남에 '둥지' 트는 일본 기업들
중국 대신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투자하는 일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인건비가 꾸준히 올라 투자 매력이 줄어든 데다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 내 반일시위가 격화하면서 일본계 투자자금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최대 해운사 미쓰이OSK라인은 2018년까지 베트남 하노이 인근 하이퐁 컨테이너 항구를 두 배로 확장하는 사업에 1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가는 일본 제조업체의 물동량을 겨냥한 선제적 조치다.

이케다 준이치로 미쓰이OSK 회장은 “베트남 경제가 더 성장할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이 중국보다 동남아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무렵이다. 2012년 중국 내 반일시위는 일본계 투자자가 중국에서 발을 빼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2조6000억달러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소속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총계가 2025년까지 5조800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탈(脫)중국 현상에 한몫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일본의 아세안 투자 규모가 2013년 이후 3년 연속 중국·홍콩 투자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업부를 둔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중국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1998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 4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에서 빠져나온 투자자금은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 베트남은 미즈호종합연구소가 1000여곳의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했을 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국가 중 가장 투자를 늘리고 싶은 국가로 꼽혔다. 또 중국에 제조시설을 둔 일본 기업이 가장 옮겨가고 싶은 나라에 이름을 올렸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글로벌인사이트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은 일본 기업이 동남아지역을 대안으로 고려하도록 했다”며 “특히 베트남은 전자산업의 새 허브(중심지역)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