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연 1.5%)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하 주장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금통위원 가운데 ‘숨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있었다는 얘기다. 금리 인하 목소리가 부각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은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의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했다. 지난달 13일 금통위 전체회의에서 한 위원은 “국내외 경제상황을 종합할 때 이번은 아니더라도 조속한 시일 안에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물가·저성장 고착 우려가 커지고 한은에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성장세 둔화, 유럽 신용위험 등에 선제 대응해 금리를 내리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축통화국이 아니라 덴마크 스웨덴 등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한 것도 예로 들었다.

지난달 금통위에선 위원들 성향이 어떻게 갈릴지가 관심사였다.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금통위원이 처음 참석했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소와 정부 출신이 늘어난 만큼 비둘기파가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금통위 직후 발표된 결과는 만장일치 금리동결이었다.

이번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 인하 주장도 분명히 나온 것이다. 누가 주인공인지는 금통위원들이 함구하고 있다. 장재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적어도 세 명이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비둘기파 성향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신임 위원들의 자신감이 쌓인다면 이달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조조정이 경기회복세를 위협할 수 있는 데다 수출 감소도 걱정거리기 때문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통위가 금리를 내린다면 다음달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선 여러 위원이 중앙은행 원칙을 강조했다. 한 위원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면서도 손실위험 최소화, 특정 부문 지원 지양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