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주택거래·산업생산 '3박자'…미국 금리인상, 6월이냐 7월이냐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수개월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거 신중론과 달리 금리 인상 의지를 적극 드러낸 것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 27일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미국 경기가 수주간 이어진 정체를 끝내고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시기가 6월이냐, 7월이냐는 선택만 남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 회복 자신감

옐런 의장은 개인소비와 주택거래, 산업생산 등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Fed가 예상한 연간 경제 성장률 2.5%를 달성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는 30일 메모리얼데이 연휴 동안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동하는 미국인이 3800만명으로 최근 10년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흘간의 연휴 기간 지출하는 돈도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12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미국인의 소비가 이전보다 왕성해졌다고 전했다.

또 4월 신규주택 판매는 61만9000채(연간 환산기준)로 2008년 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고, 지난달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3.4% 급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또 다른 긍정적 신호로 미국 기업의 이익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임금 상승과 글로벌 경기부진에도 1분기 기업의 세후이익이 전기 대비 1.9% 증가하면서 지난해 3, 4분기 하락세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은 최근 2분기 경제성장률을 2.9%로 이전 전망치 2.5%에서 상향 조정했다. 옐런 의장도 이날 “실업률은 목표치에 근접했고 물가상승률 역시 목표인 2%에 가까울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주택거래·산업생산 '3박자'…미국 금리인상, 6월이냐 7월이냐
○고용, 물가지표에 촉각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옐런 의장의 발언 후 6월과 7월 금리인상 확률을 각각 34%와 61%로 전날보다 소폭 상향 조정했다. WSJ는 “6~7월 금리인상을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의 발언을 인용, 이코노미스트들도 여름을 금리인상 적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나오는 고용과 물가지표가 구체적 인상 시기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다음달 1일 노동부가 발표하는 5월 고용 동향에서 신규 일자리 증가폭은 15만8000명으로 전달(16만명)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전망했다. 실업률은 4.9%로 완전고용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0.2%로 전달(0.3%)보다 소폭 하락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고용시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도, 악화되지도 않는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31일 나오는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도 전달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역시 6월 인상을 결정지을 정도로 강력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이들 핵심지표를 확인한 옐런 의장이 다음달 6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있을 또 한 번의 연설에서 어떤 내용을 전달할지가 관건일 것으로 WSJ는 예측했다.

○시장은 금리 인상 대비 끝내

뉴욕증시는 옐런 의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상승세로 마감했다. 주간 기준으로는 3대 지수 모두 2% 넘는 오름폭을 기록했다. 하지만 증시와 달리 외환과 상품시장은 동요했다.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4% 가까이 오르며 2014년 9월 이후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며 달러당 110엔대로 올라섰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값이 최근 3개월 만에 최저가격을 기록하는 등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금 현물가격은 이날 온스당 1208.8달러로 떨어져 지난 2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은 가격도 온스당 16.09달러까지 빠지면서 6주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