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委, 투자자 보호방안 마련 중…전 연령층에 '숙려기간' 확대 적용 검토

금융사가 투자 경험이 부족한 고객에게 초고위험 파생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을 팔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ELS 판매와 관련해 일반 투자자를 보호할 방안을 올 하반기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우선 투자자 성향이 안정 추구형으로 판정되면 원칙적으로 원금 손실이 큰 폭으로 날 수 있는 초고위험 ELS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과 증권사는 ELS 같은 금융투자 상품을 팔 때 표준화된 설문지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형'으로 분류한 뒤 그에 걸맞은 상품만 팔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고객이 스스로 판단해 산다는 취지의 '부적합 거래 확인서'만 작성하면 사실상 아무런 제한 없이 안정 성향의 고객에게도 초고위험 금융상품을 팔 수 있다.

부적합 거래 확인서가 금융기관에 사실상의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부적합 거래 확인서의 쓰임새를 제한, 투자자의 위험 선호 성향보다 몇 단계 이상인 금융 상품은 원칙적으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예컨대 '위험중립형' 고객까지는 부적합 거래 확인서를 쓰고 ELS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장 보수적인 '안정형'이나 '안정추구형'은 확인서를 써도 ELS에 들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은 발행액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와 판매 보수로 챙길 수 있어 최근 수년간 투자 경험이 부족한 일반 고객에까지 ELS를 집중적으로 팔아왔다.

특히 보수적 성향의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은행에서 이런 일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진행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4개 시중은행은 작년 상반기에 19조1천억원어치의 ELS 등 파생결합증권을 팔았는데 부적합 거래 확인서를 받고 판 비중이 과반인 52.4%에 달했다.

금융위는 또 보수적 성향의 고객에게 ELS 같은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3일가량의 숙려기간을 두는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80세 이상 노령층에 한해 숙려 제도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투자 경험이 부족한 전 연령층의 고객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가 이처럼 ELS 판매에 사실상 제동을 걸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최근 수년간 ELS 시장이 비대해진 가운데 원금 손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ELS 발행 잔액은 70조2천154억원에 달했다.

유사한 성격의 DLS(좁은 의미의 파생결합증권)까지 더한 전체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2조4천134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2010년 말 22조4천억원이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이 불과 5년여 만에 다섯 배로 늘어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저유가 여파로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발행한 DLS에서만 올 들어 3천500억원 이상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또 작년 하반기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 급락 사태로 이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 가운데 약 2조원어치가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LS는 만기가 3년짜리인 것이 많아 앞으로 2년쯤 뒤에는 이들 ELS의 손실 여부와 규모가 최종 확정된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구조가 복잡한 ELS를 일반 투자자가 적절한 보호 장치 없이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ELS는 투자 위험을 고려할 때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간접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