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아닌데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실사 나선 채권단
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회계법인을 통해 각각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대한 재무진단에 나섰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정KPMG와 삼일PwC는 각각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경영진을 만나 재무진단 범위와 기간 등을 협의하고 이날부터 약 한 달 일정으로 실사에 들어갔다.

두 회계법인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부터 점검한다. 영업현금흐름도 살핀다.

채권단은 안정적인 현금흐름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되면 부족한 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채권단 관리(자율협약)를 받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리를 거부하면 대주주 책임을 묻기로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상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한 채권단 압박이 계속되면서 해외 발주처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기업 아닌데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실사 나선 채권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경영현황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대한 재무진단에도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조선 빅3’에 대한 재무진단이 끝나는 대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통해 산업재편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정부와 채권단 압박에 재무진단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처럼 세금을 지원받지도 않은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 자구계획 제출을 요구한 것도 모자라 재무진단까지 나서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해외 발주사가 최근 삼성중공업 및 현대중공업과 진행 중인 선박건조 계약을 미루는 등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가 오히려 선박 수주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선사 관계자는 “최근 일부 발주사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부실 가능성을 염려해 조선 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 계약을 미루자고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엔 국내 조선사들이 제시한 선박 건조 가격을 해외 발주사들이 후려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한편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으로서 대우조선 부실에 대한 책임이 무거운 산업은행이 무슨 자격으로 삼성중공업 재무진단을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금융위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에 대한 재무진단을 사실상 지시한 데 대한 비판도 많다.

삼성중공업과 산업은행은 자구계획을 놓고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산업은행 등에선 삼성중공업 최대주주인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차원의 자금 지원 방안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재 출연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삼성중공업에 대한 출자는 외국인 주주 등이 반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다. 또 삼성중공업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이 부회장에게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향후 삼성중공업이 부실해져 자본잠식 등이 발생한다면 그때 스스로 증자 같은 추가적 자구계획을 세워 실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김현석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