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국산의 힘' 토종 종자 살린다
이마트가 정부와 손잡고 과일과 채소의 종자를 국산화하는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상당수 농작물 종자가 외국산이어서 로열티(이용료)를 내는 농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이 주도해온 프로젝트로, 신세계는 이번 사업을 통해 ‘씨앗 주권’을 회복하는 데 힘을 보탤 방침이다.

○종자 구입 비용 지원

이마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국산의 힘 종자 지원 기금’을 조성한다고 25일 발표했다. 농식품부와 여러 연구기관이 종자를 개발해 농촌에 보급하면 해당 농가는 나중에 그 작물을 이마트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농가는 해외 업체에 내는 로열티를 줄이고, 이마트라는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종자 구입을 지원하고 이마트가 판매까지 책임지면 국산 농산물 유통이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작년 6월부터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우수한 농축산물을 선정해 판로를 열어주고 마케팅과 디자인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라온 파프리카
라온 파프리카
국산 종자 개발 지원금액은 국산의 힘 프로젝트로 판매한 연매출의 1%로 정했다. 올해 예상 매출이 400억원이어서 종자 지원금은 4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신세계는 추산했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에서 종자 지원 대상 1호 상품으로 ‘라온 파프리카’가 결정됐다. 파프리카는 유럽계 종자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국산 종자 사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라온 파프리카 크기는 일반 파프리카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당도가 높고 식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최초 개발된 뒤 지난해 국산의 힘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품종이다.

○종자 로열티 2020년 7900억원

이마트 '국산의 힘' 토종 종자 살린다
이마트가 그동안 작물 판매에 집중하던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종자 개발 지원으로 확대한 것은 국산 종자가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산 종자는 시장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감귤의 국산 종자는 전체 종자의 1.8%에 불과하고 배와 참다래의 국산화율은 각각 11.0%, 21.7%에 그쳤다. 종자 국산화율이 낮으면 해외로 나가는 로열티가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종자 로열티는 작물 소비자가격의 5% 정도다. 2014년 한국인 1인당 5.5㎏(2만1000원)의 배를 먹었고, 이 중 1000원은 외국 업체에 로열티로 나갔다. 로열티는 원가 상승 요인이 돼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한국이 외국에 지급한 농작물 로열티만 819억원에 달했다. 종자 로열티는 2020년 79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종자 지원이야말로 이마트만이 해낼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라며 “앞으로도 국산의 힘 프로젝트가 대표적 상생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파프리카뿐 아니라 배추, 양배추, 양파 등으로 국산 종자 지원 품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로 판로를 확보해주는 농가 수도 지난해보다 두 배 늘린 11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고은빛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