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국산의 힘' 토종 종자 살린다
농식품부와 손잡고 '구입~판매 기금' 조성
1호 상품은 '라온 파프리카'…'국산의 힘' 매출액 1% 지원
농작물 로열티 5년간 819억…국산 종자 개발로 대응해야
○종자 구입 비용 지원
이마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국산의 힘 종자 지원 기금’을 조성한다고 25일 발표했다. 농식품부와 여러 연구기관이 종자를 개발해 농촌에 보급하면 해당 농가는 나중에 그 작물을 이마트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농가는 해외 업체에 내는 로열티를 줄이고, 이마트라는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종자 구입을 지원하고 이마트가 판매까지 책임지면 국산 농산물 유통이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작년 6월부터 농촌진흥청 등과 함께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우수한 농축산물을 선정해 판로를 열어주고 마케팅과 디자인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국산 종자 개발 지원금액은 국산의 힘 프로젝트로 판매한 연매출의 1%로 정했다. 올해 예상 매출이 400억원이어서 종자 지원금은 4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신세계는 추산했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에서 종자 지원 대상 1호 상품으로 ‘라온 파프리카’가 결정됐다. 파프리카는 유럽계 종자가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국산 종자 사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라온 파프리카 크기는 일반 파프리카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당도가 높고 식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3년 최초 개발된 뒤 지난해 국산의 힘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품종이다.
○종자 로열티 2020년 7900억원
이마트가 그동안 작물 판매에 집중하던 국산의 힘 프로젝트를 종자 개발 지원으로 확대한 것은 국산 종자가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산 종자는 시장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감귤의 국산 종자는 전체 종자의 1.8%에 불과하고 배와 참다래의 국산화율은 각각 11.0%, 21.7%에 그쳤다. 종자 국산화율이 낮으면 해외로 나가는 로열티가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종자 로열티는 작물 소비자가격의 5% 정도다. 2014년 한국인 1인당 5.5㎏(2만1000원)의 배를 먹었고, 이 중 1000원은 외국 업체에 로열티로 나갔다. 로열티는 원가 상승 요인이 돼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한국이 외국에 지급한 농작물 로열티만 819억원에 달했다. 종자 로열티는 2020년 79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종자 지원이야말로 이마트만이 해낼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라며 “앞으로도 국산의 힘 프로젝트가 대표적 상생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파프리카뿐 아니라 배추, 양배추, 양파 등으로 국산 종자 지원 품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산의 힘 프로젝트로 판로를 확보해주는 농가 수도 지난해보다 두 배 늘린 11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고은빛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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