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차는 어른들
1983년 국내에 처음으로 일회용 아기 기저귀가 출시됐다. 천 기저귀를 빨아 쓰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라 일회용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서울올림픽 등을 거치면서 사회가 개방되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일회용 아기 기저귀는 필수품이 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이 시장은 연평균 10%대 성장하며 6000억원이 넘는 규모로 커졌다. 하지만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지난 10년간 일회용 아기 기저귀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에도 못 미쳤다.

아기 기저귀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사이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30%가량 성장했다. 고령화로 소변이 의지와 무관하게 새는 요실금을 겪는 성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150억원대이던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2020년 2500억원대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일 유한킴벌리 팀장은 “일본에선 이미 2년 전 성인용 기저귀 시장이 아기 기저귀 시장 규모를 추월했다”며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성인용 기저귀 시장의 고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6%에서 지난해 13.1%로 높아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비중이 내년에 14%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들에게 요실금은 흔히 나타난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 따르면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40%가 요실금을 경험했다. 60대 이상 남성도 24%가 요실금 증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활용품업체들은 잇따라 성인용 기저귀를 출시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유한킴벌리가 2012년 선보인 디펜드 언더웨어다. 기저귀에 대한 거부감을 고려해 속옷이라고 이름 붙였다. 겉옷을 입을 때 표시가 나지 않고, 활동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얇게 만들었다. 지난해 디펜드 언더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LG생활건강은 일본 유니참과의 합작법인인 LG유니참을 통해 2012년부터 성인용 기저귀인 라이프리를 선보이고 있다. 깨끗한나라도 봄날이란 브랜드로 판매 중이다. 봄날과 라이프리의 매출은 지난해 각각 110%와 10% 늘어났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