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현재의 ‘대의원 간선제’에서 ‘이사회 호선’으로 바꾸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20일 입법예고하자 농협 조합원과 농·축산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간선제를 직선제로 되돌려야 하는데 정부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불만이다.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경우 국회 통과 여부도 불확실할 전망이다.
농협중앙회장 '직선 vs 호선'…갈등 증폭 우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대표’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은 중앙회장 선출 방식이다. 농협은 전국 229만3000명(4월 말 기준)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1132개 조합과 이들 조합이 출자한 중앙회로 이뤄져 있다. 중앙회장이 ‘농민 대표’라고 불리는 이유다.

중앙회장은 정부가 임명하다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조합장 직선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고소·고발, 흑색선전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민선 1~3대 대표가 줄줄이 비리로 구속되면서 2009년 간선제로 선거 방식이 바뀌었다.

이번 개정안에선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290여명 대의원이 참여하던 간선제에서 이사회 호선으로 변경키로 했다. ‘비상임이사’인 중앙회장을 굳이 선거를 통해 뽑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현재 농업경제지주 산하 농업경제, 축산경제 대표에게 경제사업을 위임토록 한 중앙회장의 업무 규정도 삭제하도록 했다.

중앙회 이사회 의결 사항은 중앙회가 직접 수행하는 내용으로 한정했다. 중앙회장의 경제사업에 대한 권한을 공식적으로 없앤 것이다.

◆농업계 “직선제로 되돌려야”

중앙회장 선거 방식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정부는 ‘권한 축소에 따른 당연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중앙회장은 비상임직이고 경영을 감독하는 역할만 할 뿐 직접적인 업무를 사실상 하지 않음에도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해외에서도 협동조합은 중앙회장을 호선제로 뽑는 것이 기본”이라고 했다.

농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나섰다. 조병옥 전국농민총연맹 사무총장은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키려면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직선제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법을 개정해도 회장의 실질적 권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어서 이사회에서 뽑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농협은 공식 의견을 자제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일단 입법 예고 기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당황하는 기색이 적지 않다. 조합원 상당수가 직선제를 원하고 있는 데다 지난 3월 취임한 김병원 회장도 직선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8~9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법안에 반대하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승남, 김영록 의원 등은 현재의 간선제를 조합장이나 조합원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될 수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아 최종 입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