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장과 대담하고 있다. 박수진 특파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마틴 배런 워싱턴포스트(WP) 편집국장과 대담하고 있다. 박수진 특파원
미국의 혁신적인 기업가로 꼽히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인류미래를 바꿀 자신의 경영철학을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본사에서 미래 신기술을 주도하는 최고 권위자 20여명을 모아 개최한 콘퍼런스에서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과 사람들(트랜스포머)’이 주제였다.

베조스는 언론인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자 현재 WP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마틴 배런과 대담하면서 우주사업 배경과 기업가 정신 등을 조근조근 풀어냈다. WP는 그가 2013년 인수한 신문사다.

적자 사업체인 ‘블루 오리진’(우주항공업체)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우주항공은 내 어릴 적 꿈이자 신사업에 뛰어들 후배 사업가를 위해 인프라를 깔아주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18세 때 고교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뒤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주호텔과 리조트를 짓고 200만~300만명이 사는 우주식민지를 만들 것”이라고 일찌감치 꿈을 밝혔던 그다.

베조스는 민간 우주항공업계 경쟁사인 스페이스X(2002년), 버진 갤럭틱(2004년)보다 앞서 2000년 블루 오리진을 설립했다. 블루 오리진은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체를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처음 열었다. 이르면 2018년 유인·유료 우주여행선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마존의 실패한 스마트폰(파이어폰) 사업 얘기가 나오자 그는 “그게 실패라면 나는 더 큰 실패를 위해 계속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 맞받았다.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려면 지속적인 실패가 필요하다”며 “더 많이 실패해야 더 크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현안에도 명쾌한 답을 내놨다. 애플과 미 법무부 간 아이폰 암호체계 해제를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전적으로 애플과 같은 입장에 있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와 충돌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스마트기기 사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문제는 기술 발전이 가져온 새로운 사회적 이슈”라며 “법원에서 판사 한 명이 결정할 게 아니라 대법원이나 시민들, 또는 의회에서 숙고해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아마존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보복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WP가 트럼프의 개인 사생활과 사업 등을 파헤치기 위해 20명의 전담팀을 꾸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지난 11일 “베조스는 WP를 푼돈에 인수한 뒤 아마존의 세금과 반독점 문제 무마라는 정치적 목적에 동원해왔다”며 “(집권하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베조스는 “우리는(신문은) 선출직 공직자를 조사하고, 검토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대통령 후보라면 더욱 더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의 비즈니스 방식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마존도 다른 대기업과 같이 철저하게 조사받고, 비판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소수가 비싼 돈을 내고 구독하는 지역 신문을 인터넷을 활용해 더 많은 독자가 더 싸게 볼 수 있는 글로벌 언론으로 만들겠다”며 WP 경영비전도 밝혔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