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공공시장 규제 완화] 외국계기업 배만 불린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대기업, 다시 들어간다
정부가 공공시장에서 대기업이 받는 역차별 문제를 개선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은 그동안 진입 규제가 부작용만 낳았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 장벽을 쌓았지만 외국계 기업과 소수의 중견기업이 해당 시장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기업의 공공시장 진입 규제 완화를 포함해 이번 규제 정비로 1만38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본지 2014년 9월24일자 A1면 참조

◆규제의 역설

기획재정부는 2012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는 내용의 ‘영세 중소상인 지원대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과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진입을 막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공공기관 구내식당 시장의 41%를 차지하는 대기업을 철수시켜 중소업체를 육성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정부 관계자는 “그때는 중소업체도 충분히 구내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규모가 큰 기업이 이 시장에 너무 많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외국계 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이 공공기관 급식시장을 독식하기 시작했다. 미국계 급식기업인 아라코는 2012년부터 국립환경과학원,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국내 대기업이 맡던 급식사업을 잇따라 따냈다. 정부세종청사에 입주한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등의 구내식당 위탁업체로도 선정됐다.

풀무원 계열 급식기업인 이씨엠디(ECMD)와 동원홈푸드 등 몇몇 중견기업도 공공기관 급식시장을 함께 나눠 가졌다. 결국 정부가 혜택을 주려던 대부분의 중소 급식업체는 ‘단일 급식장 기준으로 하루평균 1000명 이상의 구내식당 운영 실적이 있는 업체’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정작 입찰에 참여하지도 못했다.

◆공공 구내식당 3년 한시 허용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진출을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상시 근로자 1000명 이상, 직영식당이 없는 공공기관에 한정한다. 한국전력, 코레일 등 25개 공공기관이 해당한다.

대기업 급식업체 관계자는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해주는 것은 당장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투자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3년 뒤 큰 문제가 없다면 해당 규제를 폐기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공공 소프트웨어(SW)시장에서도 대기업 진입 규제를 풀었다. 2013년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정보기술(IT)기업은 공공에서 발주하는 SW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뒤 예상치 못한 부작용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업계 1위 업체인 삼성SDS는 2013년 7월 공공부문 조직을 없애는 등 상당수 대기업이 공공 시장을 떠나면서 국내 SW산업이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4조1600억원의 경제효과

정부는 이날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진출 허용 외에도 경제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의 건의를 받아 302건의 규제를 개선했다. 녹지·관리지역 등 보전지역 내에서 기존 공장에 대한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 비율)을 20%에서 40%까지 상향 조정하는 기한을 2016년 말에서 2018년 말로 연장한다.

정부는 이 외에도 △TV홈쇼핑에서 국산자동차 판매 허용 △택시 차령 제한 완화 △전통주 통신판매 수량 제한 폐지 등의 규제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길홍근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은 “이번 조치로 투자유발 8300억원, 비용경감 3조3300억원 등 4조1600억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주완/이승우/강영연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