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계열사 중 외환위기 후 채권단 관여 구조조정은 처음

삼성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요구받은 자구계획을 18일 제출한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서 채권단에 구조조정안을 내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 삼성자동차 사태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 방안 등이 담긴 자체 자구책을 만들어 18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달 말 삼성중공업에 자구안을 제출할 것을 서면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만나 자구계획을 마련하고 경영 진단을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박 사장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 중에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는 것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이 내놓을 자구계획에는 순차적인 도크 폐쇄 등을 통한 생산력 감축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단 한 건의 수주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자구계획을 제출했거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에 비하면 경영 상황은 낫다고 평가받지만 앞으로도 해양플랜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도 해양플랜트 악재로 작년 동기보다 76.8% 감소한 6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자구안에는 비핵심 자산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개선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최근 보유 중이던 두산엔진 지분 전량을 처분해 약 373억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고, 거제삼성호텔도 매물로 나와 있다.

이를 통해 3천억원대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주거래은행에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수주 절벽으로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선박과 플랜트를 짓는데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수조원대의 자금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관측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정상기업인 삼성중공업이 거래 은행에 운영자금 대출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국제적인 신인도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조원대의 채권단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수시 희망퇴직과 임원 감축을 통해 자체 구조조정을 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순을 통해 500여 명이 옷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에서는 여기에 추가적인 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이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크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지헌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