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휘는 기업들…지방법인세 부담 34% 증가
지난해 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낸 법인세가 전년보다 3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방세제 개편으로 지방법인세에 대한 각종 공제·감면 혜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세 부담 증가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지자체 간 세수 격차도 심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법인세(지방소득세 법인세분) 납부액은 5조1382억원으로 전년(3조8341억원)보다 34.0%(1조304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세 기준 법인세 징수액은 5.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방법인세 급증은 2013년 세법 개정에 따른 결과다. 이전에는 국세청이 국세인 법인세를 거둘 때 지방법인세 몫으로 10%를 더 징수한 뒤 지자체에 지방법인세를 나눠줬다.

이런 징수제도가 지난해부터 독립세 방식으로 바뀌면서 지자체가 직접 지방법인세를 거두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국세 기준 법인세와 같은 수준으로 지방법인세에도 적용되던 각종 공제·감면 혜택이 사라졌다. 정부는 지난해 지방법인세 증가분의 72.8%인 9500억원이 이런 이유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은 “지방정부의 과세권을 강화하면서 경제계가 떠안을 부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바람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16만3076개(2012년 법인세 납부 기업 기준) 기업의 세 부담이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법인세가 급증한 것은 정부가 치밀한 계획 없이 세제를 개편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관부처인 행정자치부는 지방에 사업장이나 지사(지점)를 둔 기업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하면서도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은 거치지 않았다. 관련 법은 발의된 지 두 달 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이 과정에서 공청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정부입법이 아니라 의원입법이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예고 과정도 없었다.

당시 정부와 정치권에서 관련 법을 서둘러 처리한 것은 취득세 인하를 두고 불거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기 위해서였다. 중앙정부가 주택 취득세를 인하(6억원 이하 기준, 2%→1%)하는 대가로 지방법인세에 대한 과세권을 지자체에 주고 지방소비세율은 5%에서 11%로 높인 것이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은 “지방정부의 세수 부족을 경제계에 떠넘기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결국 우려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총 16만3076개(2012년 법인세 납부기업 기준) 기업의 세 부담이 늘었다고 추산했다.

2014년부터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은 공제·감면 수준을 이전 수준으로 복귀시켜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건의하고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허리 휘는 기업들…지방법인세 부담 34% 증가
지자체 간 세수 격차가 커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시·군 기준으로 지방법인세를 가장 많이 징수한 지자체는 경기 화성시다. 3023억원으로 전년(1621억원)보다 86.5% 늘었다. 다음은 경기 수원시(2337억원), 용인시(1281억원), 성남시(1230억원) 등의 순이다. 지난해 가장 적은 지방법인세를 거둔 곳은 경북 울릉군(2억원)이었다.

지금 같은 지방세제로는 대기업이 있는 지자체에 세수가 몰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 수원시에 1775억원, 화성시에 1680억원, 용인시에 850억원의 지방법인세를 납부했다.

정보기술(IT)업체가 몰려 있는 경기 성남시도 지방법인세가 전년보다 35.3% 늘었다. 성남시가 올 들어 청년배당과 공공 산후조리원 등 무상복지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지방세가 늘어난 덕분이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지방법인세의 50% 내외를 도세로 전환하고 이를 다른 시·군에 재분배해 재정이 열악한 곳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