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축소, 충당금 적립하느라 수익성 악화
"쉽게 돈 벌려 한다" 비판도


예대마진 축소, 거액의 충당금 적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내리고, 수수료를 올리는 등 수익성 방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은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만들었던 주력 상품의 금리까지 내리는 '극약처방'까지 하며 '수익성 진지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소비자의 어려움은 뒤로한 채 은행들이 손쉽게 수익을 내려고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만든 '우리웰리치 적금'의 수신금리를 0.3%포인트 내렸다.

1년 약정부터 3년 약정까지 각각 0.3%포인트씩 내렸다.

이에 따라 예금금리는 연 1.95%~2.05%에서 연 1.65~1.75%로 낮아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수신금리 반영"이라고 설명했다.

적금·예금 등을 포함하는 '우리웰리치 패키지'는 우리은행이 계좌이동제 시행 전부터 홍보했던 상품이다.

계좌이동제 3단계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월 12일 우리은행은 우리웰리치주거래 예금(1년 약정)의 금리를 1.45에서 1.6%로, 우리웰리치100예금을 1.35%에서 1.5%로 각각 0.15%포인트씩 올린 바 있다.

우리은행은 이와 함께 비교적 금리가 높은 편인 '우리아이 행복적금'의 금리도 최근 2.05%에서 1.75%포인트로 0.3%포인트 내렸다.

조선·해운에 대한 부실로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농협은행도 지난 3월 수신금리를 최대 0.1%포인트 인하했다.

일반정기예금은 1.15%에서 1.05%로 인하했고, 정기적금과 상호부금, 자유로운 적금 등의 상품들도 대부분 0.1%포인트 인하했다.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수신금리를 일부 내렸다.

SC제일은행은 지난 3월 2일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두드림통장'의 수신금리를 최대 0.3%포인트를 내렸다.

두드림적금의 우대 금리 일부도 삭제했다.

올 초에는 '평생비과세적금'의 금리를 연 4.0%에서 2.9%로 1.1%포인트 내렸다.

한국씨티은행도 최근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의 금리를 0.1%포인트 내렸다.

대기업 여신이 많은 KEB하나은행도 지난달 '나라지킴이 적금'의 특약을 변경했다.

이 적금은 군 의무복무병, 장교, 입영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적금이다.

일단 적립 한도를 월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축소했고, 금리도 1.5%포인트 내렸다.

2년 약정의 경우는 연 4.8%에서 3.3%로 떨어뜨렸다.

수수료도 올렸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13일부터 하나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다른 은행으로 이체하는 경우에는 영업시간을 기준으로 기존 800원에서 1천원으로, 영업시간 외에는 900원에서 1천원으로 각각 인상했다.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계좌이체를 하는 경우에는 기존보다 100~200원 오른 1천원으로 수수료로 변경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외화 송금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면서 일부 구간을 인상했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수신금리를 낮추거나 대출금리를 높이는 방법으로 국내 은행들은 너무 손쉽게 돈을 벌려 하고, 당국은 이를 묵인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