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서울 아산병원에 폐질환 환자 7명이 들어왔다.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의료진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다. 그해 8월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 요인이라고 판단, 사용과 판매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수백명의 사망자와 수천명의 피해자를 낸 옥시 사태는 이렇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기 시작한 지 17년 만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해 판매한 업체는 유공(현 SK케미칼)이다. 1994년 ‘가습기 메이트’를 내놨다. 이후 2001년 옥시(옥시싹싹 가습기 당번)를 시작으로 홈플러스(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 롯데마트(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등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옥시 제품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 점유율이 한때 80%에 육박하기도 했다. 세제 시장에서 ‘옥시싹싹’ 브랜드 인지도가 가장 높은 덕을 봤다. 소비자는 브랜드를 믿고 옥시 제품을 샀다. 국내 1위 생활용품업체인 LG생활건강도 1998년 비슷한 제품을 내놨으나 2001년 철수했다. 틈새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판단해서다.

2012년 8월 피해자 유족 9명은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를 비롯한 10개 업체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2014년 4월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2년이 흘러 검찰은 올해 4월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심각한 폐질환의 원인이란 사실이 밝혀진 지 5년 만이다.

옥시 사태는 국내 최대 제조물 피해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환경부가 진행한 1·2차 피해조사(2013~2015년) 때 신고한 피해자는 총 530명이다. 이 가운데 정부지원금 대상인 1·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는 221명. 사망자는 90명이다. 환경보건시민단체가 받은 피해자 접수 건수는 1528명(5월 초 기준), 사망자 239명이다. 숫자가 차이나는 이유는 정부가 작년 말 접수를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함된 피해자는 심각한 폐손상을 입은 사람들이다. 아토피 천식 등 기존 질환이 악화한 경우나 경미한 호흡기 질환 등 미처 자각하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한 잠재적 피해자 수는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다.

업계는 가습기 살균제가 18년간 약 1000만개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