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면세점서 판 물건도 수출로 인정' 추진
면세점업계가 정부에 면세점 매출을 수출로 인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정부도 수출 활성화 차원에서 법령 개정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면세점협회는 국내 면세점에서 올리는 매출을 수출 실적으로 인정해 달라는 건의문을 지난달 말 산업부에 제출했다. 면세점업계가 수출 인정을 정부에 건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건의에 대해 산업부는 “대외무역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

면세점 매출이 수출로 인정되면 면세점에 입점한 중견·중소기업들이 실적에 따라 정책자금 지원과 포상 등 수출기업에 주어지는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최근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국산 화장품 선호도가 높아지는 등 면세점 내 국산품 판매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건의를 하게 된 배경이다. 롯데·신라면세점 등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은 사회적 인식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들도 어엿한 수출역군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면세점업계의 건의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외국인이 국내 전자상거래 쇼핑몰을 통해 배송을 받는 ‘역(逆)직구’는 수출로 인정하고 있다”며 “단지 외국인이 직접 상품을 들고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수출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단독] '면세점서 판 물건도 수출로 인정' 추진
현행 대외무역법 시행령 등은 국내 면세점에서 외국인이 물건을 구매해 해외로 가지고 나가는 경우엔 수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법제처는 2012년 “매매계약의 이행이 출국장에서 완료되고, 외국으로의 물품 이동은 매매행위 후 사실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출로 볼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외무역법 시행령 등을 개정해 면세점 매출을 수출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존 무역 관련 법규가 면세점 등 새로운 형태의 수출경로를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면세점 매출을 수출로 인정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산업부가 대외무역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출기업 정책자금 지원 등의 근거가 되는 수출실적으로 인정하더라도 수출액 통계 등에 정식으로 반영하기 위해선 관련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 수출액은 관세청이 관세법에 따라 집계하고 있다.

관세청은 통관절차를 거쳐 해외로 나가는 상품만 수출로 인정하고 있다. 면세점 매출을 수출 통계에 반영하려면 관세청과 협의를 거쳐 관세 관련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면세점 매출이 국제 관세기준상 수출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의 판매실적을 모두 수출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면세점업계는 국산품은 물론 수입품을 들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판매한 경우도 일종의 ‘중개무역’으로 보고 수출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