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르고 감축 밀어붙이다…온실가스 관할권 뺏긴 환경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등 환경부가 관장하던 기후변화 대응 기능이 국무조정실과 경제부처들로 분산된다. 기업 현실을 도외시한 채 무리한 감축 목표를 밀어붙이는 환경부가 기후변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선 곤란하다는 경제계 등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관련 조직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소속 기관인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를 국무조정실로 이관하고, 센터 근무 공무원 정원 12명(고위공무원단 1명, 4급 2명 등)도 국무조정실로 보내기로 했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수집·관리해 각 부처의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환경부가 맡고 있던 배출권거래제 총괄 운영 기능도 기획재정부로 이관된다. 환경부의 기후변화대응과는 폐지돼 팀 단위로 축소되고, 소속 공무원 4명(4급 1명, 5급 2명 등)은 기재부로 자리를 옮긴다. 기재부는 미래경제전략국 산하에 기후경제과를 신설해 배출권거래시장 활성화 등의 업무를 수행할 방침이다.

부문별 배출권거래제 운영 등 집행 기능은 관장기관 책임제 도입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로 분산된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2월 확정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체계 개편방안’의 후속 조치다. 지난해부터 산업계와 경제부처 등에서 “경제를 잘 모르는 환경부가 무리하게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한다”는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관련 기능 개편을 추진했다.

작년 6월30일 환경부가 당초 시나리오에 없던 37% 감축안(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8억5060만t 대비)을 담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UNFCCC)에 제출하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환경부는 공청회 등에서 네 개의 감축 시나리오(1안 14.7%, 2안 19.2%, 3안 25.7%, 4안 31.3%)를 제시했다.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1·2안(14.7~19.2%)을 주장했던 기재부와 산업부 등에서는 “환경부의 기습에 허를 찔렸다”, “환경부가 나서서 감축 목표를 무리하게 높였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권할당 계획 수립부터 배출권거래제 세부 운영·집행까지 총괄하는 주무부처는 환경부였다. 앞으로는 국무조정실이 온실가스 정보 등을 수집해 감축 목표를 정하면 각 부처가 분야별 세부 집행계획을 세우고 감축 목표를 이행한다. 환경부는 기후변화 관련 중장기 전략 수립 등만 담당하는 쪽으로 역할이 대폭 축소된다. 불과 몇 달 전인 작년 12월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개편안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던 사실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일부 공무원과 환경단체 사이에서는 윤 장관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오형주/심성미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