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노조 반대에도 취업규칙 바꿔 성과연봉제 도입 의결
금융노조 야당과 공동 대응…총파업도 염두


금융공기업이 성과연봉제 확대를 강행하고 있고 금융노조는 이를 강하게 반대하면서 금융공기업과 금융노조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공기업·공공기관 120곳 모두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절반 이상의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한 노사 합의나 이사회 의결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9개 금융공기업은 11일 기준으로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제외하고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반대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막힌 상태다.

이 때문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3차 금융 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지연되는 기관에는 인건비와 경상경비를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등 보수·예산·정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그러자 캠코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했다.

이는 금융노조에 속해있는 7개 금융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캠코가 노조의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해 노조의 반발이 나왔다.

캠코 노조는 성과주의 도입을 묻는 찬반 투표에서 80.4%가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캠코 이사회는 70%가 넘는 직원들에게 성과주의 도입에 찬성한다는 동의서를 받았다며 도입을 강행했다.

캠코 노조는 이 동의서는 사측이 직원들과 1대1 면접을 통해 강요로 얻어낸 것으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홍영만 사장을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한 상태다.

나머지 7개 금융공기업도 성과주의 연봉제 도입에 서두르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금융공사 노조는 최근 총회를 열고 85.1%의 반대로 성과주의 도입 안건을 부결시켰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노조도 지난 10일 90.2%의 압도적 반대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부결했다.

금융공기업들은 정부의 압박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확충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어 성과연봉제 도입도 여기에 포함되는 분위기다.

주택금융공사는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부결시켰지만 김재천 사장이 사퇴까지 불사하겠다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예탁결제원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정부에서 금융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못하면 옷 벗을 줄 알라고 압박했다고 한다"며 "정부가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니 사측에서도 금융노조와 시간을 갖고 대화하기보단 강행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노조도 법적 대응과 함께 야당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하고,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강행에 대해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도 "정부가 초법, 불법적 행위를 동원해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 인권을 포기한 것"이라며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은 즉시 연대해 나가고 당 차원에서도 논의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고 금융노조는 전했다.

또 11일에는 우상호 더불어 민주당 원내대표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우 원내대표는 "진상조사단을 꾸려서 현장에서 이뤄지는 불법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총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10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노총 5개 공공부문 산별노조가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공동 투쟁을 선언했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에 집단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우리는 계속해서 대화로 해결하자고 하지만 정부나 사측에서 대화의 자리에 서지 않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