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미국(America), 영국(Britain), 중국(China), 독일(Deutschland) 등 ‘ABCD 포위망’에 갇혀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엔고(高)가 일본 증시와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양적 완화를 보류한 것 외에 해외에서도 엔고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년 만에 최저로 나오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에 좀 더 신중해졌다. 지난달 말 나온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가 일본을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한 것도 일본 정부의 엔저 유도 정책에는 부담이다.

영국은 다음달 23일 유럽연합(EU) 잔류를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시즈미 이사야 니혼게이자이신문 편집위원은 “영국의 EU 이탈이 현실화되면 유럽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도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하락한 데다 수출 역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신흥국 경기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독일은 이달 26~2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G7이 재정지출 확대에 공조하는 데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일본만 단독으로 행하면 엔화는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국채 추가발행이 장기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엔화 강세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급격한 환율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연히 개입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