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1년 만에 석유장관 교체…'탈석유왕국 프로젝트' 가속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정책을 총괄하는 석유부 장관이 21년 만에 교체됐다.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부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탈석유화’ 정책의 일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석유부를 21년간 이끌면서 사우디 석유정책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석유장관(81)이 전격 교체됐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그의 후임으로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회장(56·사진)을 임명했다. 칼리드 회장은 사우디 보건장관을 겸직하고 있다. 석유부 명칭도 에너지산업광물부로 바뀌면서 신임 장관은 석유뿐 아니라 에너지정책 전반을 담당하게 됐다. 이 같은 인사에 따라 무함마드 부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탈석유화 정책은 가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왕위계승 서열 2위인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사우디의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실세다.

그는 지난달 말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제구조 개혁안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전문관료가 맡아온 석유장관 자리에 그의 측근이자 왕족인 칼리드 회장이 발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짐 크레인 사우디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연구원은 “칼리드 회장이 에너지 전반을 담당하면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부의 석유 정책을 잘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1995년부터 사우디 석유부를 이끈 알나이미 전 장관은 산유량 조절을 통해 석유가격을 통제하는 등 OPEC의 석유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무함마드 부왕세자가 직접 사우디의 석유산업 재편 작업에 나서면서 위상이 추락했다.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지난달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알나이미 석유장관이 참석한 산유국 간 생산량 동결 합의를 ‘전화 한 통’으로 뒤집었다.

이날 대대적으로 단행된 개각에서 사우디 중앙은행(SAMA) 총재와 교통부 장관 등도 교체됐다. WSJ는 “개각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칼리드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사우디의 석유 정책에 깊이 관여해왔다”고 전했다. 알나이미 전 장관은 왕실 자문역을 맡는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