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제약기업 51곳 분석…경쟁 치열해 당장 성과내는데 집중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장기적인 성과보다는 단기 실적에 집중됐다는 경제학적 분석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좁은 국내 시장에서 지나치게 과열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우리나라 제약 시장 환경이 이런 현상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김근령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등은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제약기업 51곳의 2003∼2011년 R&D 투자액과 특허 성과, 매출액 등을 분석한 결과 투자가 특허라는 성과로 이어지는 데에는 대체로 1∼2년이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고 8일 밝혔다.

예를 들어 작년에 R&D 투자를 한 경우 내년까지는 특허라는 열매를 맺는 것이다.

특허가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R&D 투자에서 성과를 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2년으로 비슷했다.

이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R&D 투자 이후 특허 성과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2년 이상인 것과 비교해 짧은 편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제약시장은 장기적인 R&D투자를 통한 신약개발 보다는 제네릭약 생산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다"며 짧은 시차의 원인을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는 수조 원에 가까운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제네릭 개발은 비용이 수십억원 정도에 그치고 개발 기간도 짧다.

우리 제약기업들은 20조원 이하의 작은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 탓에 장기적인 R&D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런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제약사들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목표로 둔 장기적인 R&D 투자는 하지 못하고 당장의 성과를 내는 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근령 연구원은 "국내 제약기업 상대로 시차 효과를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2011년까지의 상장사 51곳을 샘플로 분석한 만큼 현재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신생 벤처회사 등은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근령 연구원은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우리나라의 제약기업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치열한 경쟁 여건 자체가 장기적인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junm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