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경제전문가도 재갈 물리는 중국…"비관적인 보고서 삼가라"
중국 국영 증권사인 국태군안증권(Guotai Junan Securities)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린케이이는 최근 회사 규율부(compliance department)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평소 기업의 채무 증가, 위안화 환율 약세 전망 등 정부의 신경을 거스르는 보고서를 작성해 온 그녀에게 규율부는 "중국 경제, 특히 환율과 관련해 과도하게 비관적인 전망을 하지 말라"고 구두로 지시했다.
이는 그녀가 받은 두 번째 경고였다.
첫 번째 경고는 증권감독 당국으로부터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린케이이처럼 규제 당국 등으로부터 경고받은 경우가 여럿 있다고 전했다.
주로 정부의 긍정적인 경제 전망과 어긋나게 비관적인 보고서를 내는 경제학자나 애널리스트, 기업담당 기자 등이 대상이다.
한 싱크탱크도 홍보담당 공무원들로부터 정부가 계획한 프로그램에 대해 의문을 던지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런 경고는 구두로 이뤄지기 때문에 증거를 확보하기는 어려우며, 정부 당국자들은 사실 확인 요구를 거부했다고 이 신문을 밝혔다.
그동안 중국은 정치불안이나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보고서는 강하게 통제했지만, 경제 또는 기업 관련 보고서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했다.
하지만 작년에 중국 주식시장이 휘청이고 외환 정책도 시장에 먹히지 않자 경제 및 금융, 기업 보고서도 통제하기 시작했다.
민간 전문가들의 보고서를 통제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통계와 성명을 투자자들이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간 전문가들마저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만 내면 투자자들이 중국의 경기와 관련해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지고, 중국에 대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사회를 광범위하게 통제했다는 점을 거론한 뒤 "이제는 경제 전망을 밝게 하려고 민간 전문가들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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