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분기 실적 악화 예상…"취약업종 대기업 신규 대출 최대한 자제"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3일 조선·해운업 등 5대 취약업종에 몰린 부실채권을 '빅배스'(Big Bath) 등을 통해 대거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선·해운을 비롯한 대기업에 대한 신규 여신은 최대한 자제하고,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구조조정에 따라 쓰나미급의 산업재편이 올 것이고 이에 대한 시스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농협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올 1분기 '충당금 폭탄'을 맞으며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64.2% 감소했다.

창명해운에 1천944억원, STX조선에 413억원, 현대상선에 247억원을 쌓는 등 충당금만 3천328억원을 쌓은 게 실적 악화의 주 요인이었다.

김 회장은 "1분기에 조선, 해운 산업에 대한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며 "2분기·3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

빅베스 등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빅배스'는 경영진 교체 등의 시기에 잠재 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회계기법을 말한다.

김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나 은행이 회장이나 은행장 교체기에 빅배스를 실시한 반면, 농협은 제때 하지 못했다며 그와 비슷한 '부실채권 정리'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적자가 나더라도 한 번 정리해야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다.

누군가는 해줘야 한다"며 "이제는 액션을 취할 때이며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도모하도록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농협금융의 1대 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이사회도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다만 "지금은 조선·해운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 진행 중이어서 시기나 방법 등은 좀 더 토론하고 연구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대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이번 사안이 정리될 때까지는 신규 취급은 어려울 것이며 대출을 최대한 감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실 증가 → 대손비용 부담 증가 → 손익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농협금융의 살길이며, 경영을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부실 대출 재발 방지를 위한 리스크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이 회장 주관 경영간담회를 실시하고, 은행 내에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위기극복 과제별 타임테이블을 수립해 일일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시적인 산업 분석을 좀 더 촘촘히 하기 위해 지주 내에 산업분석팀을 신설, 143개 업종에 대한 분석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기경보시스템, 편중여신 한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기업여신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신용감리부 인원도 45명에서 52명으로 확대했다고 곁들였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은행―증권 CIB(기업투자금융) 기반 구축, 은행-증권 PE(프라이빗에쿼티) 통합 등 자산운용 경쟁력 강화 방안과 전략적 지분투자, 아시아 인프라 투자 확대, 농업 연계 진출 등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전략 방안도 소개했다.

특히 중국의 공소그룹과 손잡고 융자리스, 손해보험, 인터넷 소액대출 회사, 소비 금융 회사 등 합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는 12월에는 농협캐피탈과 LS엠트론의 합작 법인이 미국에 세워진다고 설명했다.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은행연합회에서 TF가 구성돼 평가시스템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어떻게 도입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