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상 장기화 가능성…재원 규모 5조원 이상 가능성
법인세 인상·추경 편성에 부정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 규모가 단기간에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2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체류하던 중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했다.

유 부총리는 오는 4일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가동할 기획재정부, 한은 등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활동과 관련해 "너무 급하게 보지 말아야 한다"며 "일단 방향은 좀 더 진전되겠지만 재정당국이 얼마, 통화당국이 얼마 하는 식의 금액이 금방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시한을 정한 용선료 협상 결과를 봐야 한다.

며칠 사이에 답이 나올 수 없다"며 "지금 단계에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은 얼마다'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시한을 이달 중순으로 제시했다.

한진해운의 경우 용선료 협상 시한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오는 7월 말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나 한은이 부담할 정확한 구조조정 재원 규모를 결정하는 데 한달 이상 걸릴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결과가 늦게 나오면 수개월 이상 지나서 결정될 수 있다.

유 부총리는 ADB 연차총회에서 공식적인 행사 외에 이주열 한은 총재를 따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은과 기재부의 수장이 구조조정과 관련해 프랑크푸르트에서 타협을 도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유 부총리는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통해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야당이 법인세 인상으로 구조조정 자금 5조원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라는 질문이 나오자 "5조원 갖고 될지 봐야 한다"며 "세금이라는 게 여기를 쓰려고 저기서 걷고, 그런 건 좋은 정책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 수준으로 높여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에 충당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국민의당도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유 부총리의 이 언급은 구조조정 재원이 5조원을 넘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 부총리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한은의 출자 논란과 관련해 "통상 국책은행 출자는 재정이 하지만 경제 정책은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당국이 다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며 "재정과 통화의 좋은 조합을 찾아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 부총리는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한 데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얼마 전부터 한은은 구조조정에 필요한 역할을 마다치 않겠다고 해왔다"고 말했다.

또 한은의 국책은행 지원이 통상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보조금으로 볼지 생각해야 한다"며 "그 가능성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유 부총리는 구조조정 업체의 부실 책임 논란과 관련,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안 지고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부실의 원인 규명에 2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구조조정도 급한 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가능성을 두고는 "구조조정으로만 하면 추경 여건이 되기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재차 밝혔다.

나아가 경기 부진으로 인한 추경에 대해서도 "이 정도로 경기 하강이 심각하다고 추경을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올해 2분기에 수출 개선 등으로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경기가 개선되면 정부가 목표로 잡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3.1%를 낮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 부총리는 증세 논란과 관련해선 "정치적으로 정권을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부가가치세 인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