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팍로이드 중심 재편이 관건…'한 배' 탈 가능성도

국내 양대 해운사가 모두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최근 들어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 내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2일 관련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자율협약을 추진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모두 독일 해운사인 하팍로이드를 주요 파트너로 삼아 해운동맹 잔류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동맹이란 해운사들이 화물을 실어나를 선박을 공동으로 운용하는 동업관계다.

영업을 따로 하면서 선박을 함께 이용하는 해운동맹은 사실상 주요 시장의 항로를 과점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 퇴출은 곧 회복할 수 없는 영업력 손실로 이어진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재무상태가 악화하면서 해운동맹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가 된 와중에, 글로벌 해운동맹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어 자칫 '외톨이'가 될 수도 있는 위기다.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채권단과 사채권자, 해외선주가 축이 되는 해운사별 정상화방안 외에도 얼라이언스 잔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관련해 해운동맹에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살아남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을 담은 안내문을 두 차례 보냈고, 앞으로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같은 조치를 할 예정이다.

세계 해운시장을 장악한 대 해운동맹은 2M·CKYHE·G6·O3 등이다.

이 가운데 현대상선은 G6에, 한진해운은 CKYHE에 속해 있다.

그런데 최근 G6와 CKYHE의 주요 해운사들이 밖으로 나와 새로운 동맹을 구성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양대 해운사가 소속된 동맹의 세력이 일제히 약화됐다.

이에 G6의 주력인 독일 하팍로이드가 주도해 해운동맹을 새로 구성하려 하고 있다.

하팍로이드는 최근 쿠웨이트 해운사인 UASC와 합병을 발표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해운동맹 잔류 여부는 결국 하팍로이드가 주도하는 동맹에 참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하팍로이드와 기존의 G6에 포함돼 있던 '친구' 관계라는 점에서 유리하다.

현대상선은 내년 3월까지 G6와 동맹관계가 맺어져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역시 하팍로이드와 새로운 동맹 구성에 관한 물밑 협상을 어느 정도 진행했으리라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과 달리 현대상선의 자율협약 추진이 늦어진 배경에도, 하팍로이드와의 협상이 잘 진행돼 '여유'가 있었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채권단 일각에서 나온다.

결국, 하팍로이드에서는 양대 해운사의 구조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상화가 순조롭게 이뤄지는 곳과 동맹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 해운사가 '한 배'를 타게 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하팍로이드 주도의 G6는 두 곳이 빠져나가서 G4가 됐다"며 "다른 해운사를 더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모두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두 곳 다 동맹에 끌어들일 여력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