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4일 첫 태스크포스 회의…시나리오별 장단점 점검

정책팀 = 정부와 한국은행이 구조조정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4일 연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현재 정부는 한은이 발권력을 바탕으로 한 직접적인 출자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한국은행법 등 현행법을 들어 정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를 강조하고 있다.

여야 합의가 있어야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국책은행을 통해 구조조정 자본금을 마련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의 방법으로는 산금채·수은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와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있다.

정부는 유동성 확보와 관련해서 기재부, 한은 등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매크로 차원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재정이나 한은 출자를 통한 자본금 증자와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은 총재가 2일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한은의 발권력 동원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책은행의 자본금확충 방안의 장단점과 각 기관들의 입장을 살펴본다.

◇ 산금채 발행으로 유동성 공급…산은, 자본확충 없이 부채만 늘어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이 발행한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이나 수출입은행 채권을 인수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논의선상에 올라와 있다.

현행 한은법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영리기업이나 영리법인의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지만 시장참여자로 산금채를 매입하는 것까지는 막고 있지 않다.

다만 한은이 산금채를 매입하려면 산금채에 정부 보증을 받아야 해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산금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단 한은이 산금채를 매입할 때 필요한 정부의 보증을 받기 위해 국회 동의를 거치는 단계부터 부담스럽다.

'여소야대' 정국을 한 달여 앞두고 야권의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보증을 받아 한은이 산금채를 인수하더라도 정부가 나서 채권시장을 교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우량채권인 산금채를 중앙은행이 사들이면 시중은행이나 증권사가 사들일 수 있는 안전한 채권이 시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산업은행도 산금채 발행 방식을 선호하진 않는다.

산금채 발행은 산은 입장에선 자본확충 없이 부채만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금채를 발행하면 자금 조달이야 되겠지만 우리 입장에선 자본확충 없이 부채만 늘어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우리가 상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재정 출자는 시간 걸리고 액수도 제한…'한은 발권력 동원' 요구 커져

국책은행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이 있다.

먼저 정부 예산안에 편성하는 '현금출자' 수단이 있다.

예산안의 경우 국회에서 처리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하는데다, 연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이 되지 않는다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연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현금출자시 지난해 2조5천억원 가량의 세계잉여금 중 국가채무 상환 등에 써야할 액수를 제외한 여유분 등을 전용하는 방식도 검토했다.

그러나 당장 정부가 쓸 수 있는 불용재원 규모가 제한돼 있어 구조조정에 필요한 국책은행 출자 규모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가 한국전력공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정부 보유지분을 현물출자 하는 방식은 국회 동의 필요 없이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 역시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가 한정적이다.

때문에 정부는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 돈을 찍어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출자해 직접 자본금을 늘려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즉각 자본확충이 가능한 이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문제는 현행법상 한은이 산은에 출자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은은 수은 출자가 "한은법 개정 사항"이라며 국회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2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은의 출자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산은, 자본 확충하면서 실탄 마련

정부는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 방안의 하나로 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방식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산은이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 자본증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은 유사시 투자 원금이 주식으로 강제 전환되거나 상각되는 조건이 붙은 채권으로, 발행 조건에 따라 바젤Ⅲ 규제체제에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코코본드로도 불린다.

원리금이 주식으로 자동 전환되거나 원리금을 받지 못할 수 있는 후순위채권으로 투자위험이 크지만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높다.

산은이 코코본드를 발행하면 자본을 확충하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부실을 떠 안을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된다.

현행 법률상 산은의 조건부 자본증권을 한은이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법은 가능하지만 인수 방법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

채권에 대한 보증을 어떻게 할지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행 한은법에 '한은은 국채 또는 정부보증채권을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서 정부가 산은의 코코본드를 보증하면 한은이 이를 인수할 수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인수 방법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

한은은 이전까지 코코본드 인수에 대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부정적이었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간부회의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 방침을 밝혀 한은의 입장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세종=연합뉴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