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경기 광주시 한 어린이집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통학용 승합차가 차량 오른쪽에 서 있던 네 살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했다. 운전자는 사고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현장을 떴다.

블랙박스업체 위노비앤티 박성한 대표는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10여년간 자동차 내비게이션 업체에 몸담은 경험상 중대형 차량의 우측이 운전자 시야 확보에 가장 취약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카메라를 통해 시야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장치를 내놓기로 한 것. 당시 그는 코스닥 상장사 위노바에서 신사업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운전자 부주의도 원인이지만 물리적으로 ‘사각지대’를 없애야 근본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버스·트럭 사각지대 보여주는 블랙박스
그는 창업 1년 만인 지난달 중대형 차량용 블랙박스 ‘팬타뷰’(사진)를 내놨다. 차량 앞뒤와 양옆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오른쪽 사이드 미러에도 추가로 한 대를 배치했다. 카메라만 총 5대다. 7인치 모니터로 차량 전후좌우를 비롯 우측 문과 바퀴 근처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초 상용차 전용 5채널 제품이다.

개발의 가장 큰 난관은 전파간섭이었다. 박 대표는 HD급 이상의 카메라를 이용하기로 했지만 디스플레이와의 거리가 5m를 넘어서면 데이터 전송이 어려웠다. 굴삭기 트럭 버스 등 차량 앞뒤 길이가 5m 이상인 중대형 차량에 적용하려면 돌파구가 필요했다.

박 대표는 카메라의 화질을 한 단계 낮춰 전파간섭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7인치에 불과한 모니터를 눈으로 확인하는 데 고화질 카메라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대신 차량 주변을 한눈에 모니터링할 수 있는 최적의 배치 지점을 찾기 위해 연구에 집중했다.

초기 모델 개발에 성공하고 대형 운송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시험 서비스를 했다. 화질엔 문제가 없었고 사각지대의 시야도 확보할 수 있었다. 한 달 만에 입소문이 났다. CJ대한통운 하나종합물류 등 운송업체들로부터 제품을 사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완성된 제품은 아니었지만 지속적으로 성능을 향상하기로 합의하고 납품을 시작했다. 위노비앤티는 6개월간 시운전을 통해 문제점을 모두 해결한 제품을 지난달 선보였다.

박 대표는 올해 안에 기능이 향상된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블랙박스 디스플레이를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할 수 있는 미러링 기능을 추가하고 크기도 9인치, 10인치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그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발에 매진해왔다”며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예방 캠페인 프로모션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