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 극히 낮은 수준
유가 10% 떨어지면 소비자물가 0.1∼0.2%p 하락

한국은행은 현재 디플레이션 위험은 없으며 올 하반기부터 물가가 점차 올라 물가안정목표(2%)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한은의 이런 전망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물가상승률 하락으로 일각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방법론을 원용해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Index of deflationary vulnerability)를 측정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측정 결과 작년 3분기와 4분기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는 각각 0.09로 2분기 0.18의 절반으로 하락했다.

작년 3분기와 4분기 지수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높음·보통·낮음·극히 낮음 등 4단계 중 '극히 낮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디플레 취약성 지수가 0.2에 미달하면 디플레 위험이 극히 낮다는 의미이고 0.2부터 0.3 미만은 낮음, 0.3 이상∼0.5 미만은 보통, 0.5 이상은 높음으로 분류한다.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는 디플레 발생 위험을 측정하고자 2003년 IMF가 1990년대 초반 일본과 2000년대 초반 홍콩의 디플레이션 경험 사례 및 실증적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발한 지표다.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나 근원 인플레이션율 등 물가지수, 국내총생산(GDP)갭과 실질 GDP 상승률, 주가지수나 실질실효환율 등 자산시장 변수 11개 변수를 선정하고 이들 변수가 임계치를 이탈하면 1점, 이탈하지 않으면 0점을 부여한 뒤 평균해 측정한다.

한은은 소비자물가가 2014년 하반기 이후 1% 내외의 낮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 지표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는 수준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지난 3월 현재 2.0%였다.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개별 품목의 공통 요인을 추출해 산출한 '내재적 물가상승률은 2014년 중반 이후 2% 내외의 흐름을 유지했다.

또 일반인의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작년 8월부터 2.5%를 유지했고 전문가그룹의 장기(향후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최근 2% 수준을 유지했다.

따라서 한은은 향후 물가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지만 올 하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오름세가 점차 확대돼 물가안정목표(2%) 수준으로 완만하게 근접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은 국제유가가 10% 떨어지면 제품 가격을 떨어뜨리는 1차 직접효과는 2분기 후 소비자물가가 0.15%포인트 하락하는 수준인 것으로 추산됐다.

이어 비석유류 제품가격을 떨어뜨리는 1차 간접효과와 기대인플레이션, 임금 등의 변화를 통해 나타나는 2차 효과는 5분기 후 소비자물가를 0.06%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으로 계산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