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가 신용보증기금이 빠진 6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한진해운의 6개 채권금융기관은 이날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채권단 긴급회의를 연다.

회의의 안건은 신용보증기금의 협약채권기관 탈퇴와 관련한 조치다.

신보는 지난달 시작된 현대상선의 자율협약에는 참가했으나, 지난 25일 신청한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에서는 빠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보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약 4천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비협약채권으로 분류해 달라는 것이다.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현대상선과 동일한 구조로 진행되므로, 신보가 협약에서 빠지면 향후 진행될 사채권자의 채무 재조정에 참가하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의 협약에도 참가하면 중소기업 지원에 집중한다는 '명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빠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보가 자율협약에서 빠지더라도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총 차입금은 5조6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금융권 차입금은 7천억원 수준이다.

현대상선의 총 차입금(4조8천억원)이나 협약채권(1조2천억원)보다 나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신보가 협약에 합류하면 1조원을 넘기므로 현대상선과의 차이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었으나, 신보가 탈퇴하면 채권단의 힘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신보가 빠지게 되면 그만큼 부담이 커질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이 자율협약에 쉽게 동의할지도 불투명해진다.

더구나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으나, 용선료 재협상 계획과 운영자금 마련 방안 등 자구안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자료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보완 자료를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최은영 전 회장의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겹쳐 있어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실타래가 더욱 어렵게 엉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신보가 빠지더라도 사채권자의 채무 재조정에는 정상적으로 참가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상선과 같은 틀로 구조조정을 이행하기 위해 채권단이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