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전기차 대중화 시동…산업 생태계 형성 탄력 받는다
지난달 말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라 할 수 있는 ‘모델(model) 3’를 공개했다. 기본 가격이 3만5000달러이고, 한번 충전으로 350㎞를 달릴 수 있다. 제품 공개 후 2주일 남짓 기간 무려 40만대에 육박하는 사전 주문 물량이 쏟아졌다. 내년 출고 예정인 제품에 대해 시장은 물론 테슬라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주문 쇄도다.

테슬라보다 앞서 지난 1월 북미 가전쇼(CES)에서 GM은 순수 전기차 ‘볼트(bolt)’를 공개했다. 닛산 ‘리프(Leaf)’의 2배에 달하는 60㎾h 용량의 전지를 장착하면서도 가격은 3만7000달러 수준이다.

전기차는 미래 자동차의 대세로 평가받지만, 사용 편의성이나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내연기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틈새시장에 머물렀다.

GM을 필두로 테슬라 등의 기업들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00㎞를 넘으면서도 가격은 3만달러대인 대중적 모델들을 출시한다는 것은 내연기관과의 본격적인 경쟁과 전기차 저변의 확대 가속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디젤 게이트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폭스바겐도 이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태세다. 이제 전기차가 주류 시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전기차 확산이 가속화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우선 급팽창하는 전기차용 전지시장의 지배권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다. 자동차 기업이 전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전지 기업의 입지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자본력까지 겸비한 LG화학, 파나소닉, SDI, BYED 등 기존 전지 시장의 강자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것이다.

현재 주력인 리튬이온 전지의 이론적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전지 솔루션의 등장이나 전지 재활용 활성화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들고 나오는 전기차 전문 기업의 등장도 증가할 것이며, 정보기술(IT) 기업의 참여 또한 활발해질 전망이다. 패러데이 퓨처(Faraday Future)나 테슬라 사례에서 이미 목격했듯 자동차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가진 조직과 기업이 획기적 사업모델을 들고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이 늘어날 것이다. 자율 주행이나 커넥티드카 등 지능형 기술의 진화가 결합될 경우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에서도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 행동 특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충전 인프라의 구축도 수반될 것이다. 전기차 소유주의 주택이나 건물에 있는 충전기와 공용의 급속 충전기 네트워크의 공존으로 소비자 중심의 충전 인프라 구축도 가능하다. 잘 짜인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의 성장을 부추길 것이지만, 향후에는 충전 인프라의 부족 자체가 전기차 확산의 결정적 제약 요인이 더 이상 아닐 수도 있다. 즉,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편의성, 충전 공간, 충전 방식의 비용과 경제성 등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 해결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움직이는 전원인 전기차를 통해 전력 및 에너지산업에서 새로운 사업모델도 형성될 것이다. 도로변이나 주택, 대형마트, 백화점 등 상업용 빌딩과 공공기관 등에 설치된 충전기가 소비자와 전력 공급자 사이의 연결 채널이 되기 때문에 전기차는 전력서비스 사업자에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도 있다.

대중적인 전기차 시장 경쟁 속도는 점차 가속될 것이다. 국내에선 2016년 한 해 PHEV 3000대를 포함, 총 1만1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작년의 2배 수준이다. 지능형 IT의 융합,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에 기반한 혁신, 전력 관련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활용할 수 있는 재료는 많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내 관련 기업들도 전기차 및 관련 시장의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경연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kykim@lgeri.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