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부실에 따른 대규모 부채와 비리파문에 휩싸인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가 끝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1MDB가 50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17억5000만달러(약 2조원) 규모 채권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1MDB와 협약을 맺은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 간 이자지급 문제로 충돌한 데 따른 것이다.

1MDB와 IPIC는 2012년 해외 발전소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35억달러 규모 채권을 공동 발행했다. IPIC는 지난해 5월 공동 발행한 채권의 이자를 지급하는 협약을 1MDB와 맺었다.

1MDB는 5000만달러의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지만 원칙적으로 채권 이자지급 의무가 IPIC에 있다고 주장했다.

레이먼드 치아 슈로더자산운용 아시아지역 신용리서치부문 대표는 “(1MDB의) 디폴트는 말레이시아 기업 및 은행부문 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장중 쿠알라룸프르종합주가지수는 전일 대비 1.08% 하락했다.

1MDB는 2009년 나집 라작 현 말레이시아 총리의 집권과 함께 설립됐다. 말레이시아 경제개발을 위한 투자 목적이었지만 경영, 감독 부실로 빚더미를 떠안으며 오히려 국가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 라작 총리의 개인 비자금 조성 통로로 쓰였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