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규제·여신 확대로 원자재시장에 뭉칫돈 몰려
중국 상품거래소들, 거래수수료·계약증거금 인상


중국의 원자재시장이 지나친 과열 움직임을 보이자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상하이 선물거래소와 다롄상품거래소, 정저우 상품거래소는 일제히 거래수수료와 계약증거금을 올리고 일부 계약에 대해서는 하루 거래의 제한폭을 설정했다.

원자재시장의 투기성 거래가 과도하며 이를 방치하면 또다시 거품이 발생할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최근 중국의 주요 원자재시장은 최근 하루 거래액이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거래액을 합친 것보다 많을 만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롄 상품거래소의 철광석 가격은 최근 2주 만에 30%가량 급등한 상태로, 지난주에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상하이 선물거래소의 철강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50% 이상 올랐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전 세계의 투자자들이 중국 선물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톰 프라이스는 중국 원자재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이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거의 모든 원자재의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한 덕분에 세계의 주요 원자재에 대한 가격 결정권은 중국으로 이동한 상태다.

전 세계의 주요 원자재 파생상품 가운데 근 절반이 현재 중국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주가의 대폭락을 계기로 증시에 철저한 규제를 가하자 현금이 원자재시장으로 대거 흘러드는 것도 거래량 폭발의 또다른 배경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원자재시장에 대한 투기세력의 관심을 높인 트리거(기폭제)는 중국 정부가 올해 어 경기 부양과 위안화 방어를 위해 여신 확대로 선회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투자자들의 베팅 의욕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 RCMA 애셋 매니지머트의 마이클 콜먼 공동창업자는 "중국의 투기세력들은 2주 전에 발표된 여신 통계가 변속 레버를 올릴 청신호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온갖 규제 때문에 주식 시장의 매수는 원치 않고 있다"면서 "원자재 가격은 상당히 싸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중국 당국이 거래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투기적 포지션의 급속한 청산을 초래,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 OCBC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의 랠리는 전적으로 투기세력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국의 여신 확대 정책이 건설업을 포함한 원자재 집약적 산업들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철강 파생상품의 거래량은 여전히 투기세력들이 가격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