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이날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 주력산업의 경영여건이 구조적으로 악화한데다 이런 흐름이 조만간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우선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산업을 조선·해운업으로 명확히 한정했다. 이들 두 업종은 개별 기업 여건에 따라 자율협약을 체결하거나 회사가 자체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도록 하고 정부와 채권단이 집중해 관리하기로 했다.

철강, 석유화학과 같이 일부 설비과잉이 있는 업종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설비 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 협의체는 조선·해운업을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해 집중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말 열렸던 2차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조선·해운과 함께 경기민감업종으로 분류됐던 건설, 철강, 석유화학은 이번 회의에서 경기민감업종에서 빠지고 공급과잉업종으로 재분류됐다.

조선업은 저유가 지속, 선복량 과잉 등에 따라 해양(플랜트)과 상선 분야에서 수익성 하락 추세가 지속한다고 보고 경기민감업종에 잔류시켰다.

이에 따라 업계 중심으로 선종별 수급전망, 국내 조선업 전반의 미래 포트폴리오 및 업체별 최적 설비규모, 협력업체 업종전환 방안 등을 제시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컨설팅을 추진하도록 했다.

대형 3사 가운데 대우조선은 이미 정상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당초 계획한 것에서 추가로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급여체계 개편과 비용 절감을 수립하도록 했다.

다음 달 말까지 경영상황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벌여 상황별로 인력·임금·설비·생산성과 관련해 전반적인 대응방안(contingency plan)을 검토하도록 했다.

현대·삼성중공업은 주채권은행이 중심이 돼 회사 측에 최대한의 자구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자구계획 집행상황 관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미 정상화 방안을 이행 중인 중소형 조선사도 계획대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지속하기로 했다.

STX조선은 올해 하반기 중 경영정상화를 지속하거나 회생절차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삼성중공업과 경영협력을 추진중인 성동조선은 신규 수주가 계속 저조할 경우 근본적인 대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SPP조선과 대선조선은 이미 수립된 통폐합·매각 계획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해운업은 조건부 자율협약 방식으로 정상화를 지원한다.

현대상선은 이미 발표된 대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약채권자의 조건부 자율협약 등 3개 과정을 거쳐 정상화 방안을 추진한다.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에 성공할 경우 채권단은 자율협약에 따라 정상화 방안을 지원하고, 만약 협상이나 채무조정에 실패할 경우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용선료 협상 실패 시 사실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미다.

25일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동일한 방식의 정상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채권단은 세부방안 보완을 협의하고서 실무협의를 통해 자율협약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밖에 두 원양선사의 해운동맹체(얼라이언스) 잔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해양수산부와 금융위,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동맹체 재편 동향을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경영 정상화에 성공할 경우 12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통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의 신조를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정상화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물동량 처리대책 등을 미리 세워두기로 했다.

철강, 석유화학은 공급과잉업종으로 분류해 외부 컨설팅으로 경쟁력을 진단하고 설비감축을 유도하기로 했다.

건설은 지난해 건설 수주가 급증해 당분간 경영상 불안요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 별도로 공급과잉업종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다만 개별 기업의 부실과 관련해서는 채권단이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대응하기로 했다.

철강은 산업 전반의 중·장기 수급전망,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진단, 국제적 경쟁상황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위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컨설팅을 실시하기로 했다.

컨설팅 결과에 따라 공급과잉 분야가 있을 경우,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 등을 활용하여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석유화학 업종도 경쟁력 진단을 위한 객관적인 컨설팅을 실시하기로 했다. 컨설팅 결과에서 추가로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정된 설비분야는 기업활력제고법 등을 활용해 사업재편을 추진키로 했다.

공급과잉 분야로 지목됐던 고순도 테레프탈산(TPA)는 4월 현재 생산설비 555만t 중 95만t을 감축했고, 70∼115만t을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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