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품은 에어컨 뜬다
‘공기청정’ 버튼을 누르면 실내 공기 오염 정도가 표시된다. 곧 머리카락의 600분의 1 크기인 미세먼지를 99% 제거하기 시작한다. 공기청정기가 아니라 요즘 나오는 에어컨의 공기청정 기능 얘기다.

에어컨이 공기청정기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공기청정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은 2014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작년까지는 공기청정기와 경쟁할 정도로 성능이 좋지는 않았다는 게 전자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휘센 듀얼 에어컨’(사진)은 대폭 강화된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한 대표적 제품이다. 이 제품에 들어간 공기청정 필터를 개발한 박형호 LG전자 H&A사업본부 가정용에어컨사업담당 수석연구원은 “에어컨의 공기청정 기능은 일반 공기청정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공기청정기를 경쟁 상대로 놓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에 적용되는 공기청정 기술은 공기청정기에 적용되는 기술보다 수준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는 먼지와 냄새를 걸러주는 필터만 집어넣으면 된다. 반면 에어컨에는 공기를 정화하면서도 냉방을 방해하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12년부터 2년간 글로벌 소재회사인 3M과 손잡고 에어컨용 공기청정 필터를 개발했다.

가전업계에선 앞으로 공기청정 기능을 탑재한 에어컨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판 중인 LG전자 에어컨 전체 모델 중 70%에는 공기청정 기능이 포함돼 있다.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 대유위니아 등도 에어컨에 공기청정 기능을 잇따라 채택하고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기능을 한꺼번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공기청정 기능은 에어컨에 꼭 필요한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