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인력 감축 본격화…일자리 2만개 줄어든다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인력 3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전체 인력(2만7409명)의 10%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를 휩쓸고 지나간 1차 구조조정이 해양플랜트 부실에서 시작됐다면, 현대중공업이 시작한 2차 구조조정은 ‘수주절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부실에 따른 대규모 적자가 일시적인 위기라면 수주절벽은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위기”라며 “올해 구조조정 규모는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까지 인력을 3000명 줄이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1만3000명에서 1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30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은 수주절벽이 시작되기 전에 마련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감축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오는 9월 대우조선이 대형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중공업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할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도 상시적인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서도 1000명 이상의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협력업체의 구조조정까지 더하면 2만명에 가까운 조선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만 인력감축은 사무직을 포함한 비노조원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구조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직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노조원이 아닌 기장(과장급) 이상으로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조선사 구조조정 역시 비(非)노조원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내 대형 조선사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릴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당장 “회사가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공식 발표하면 규탄집회를 여는 등 투쟁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조선사의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모든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인력 3000명을 감축하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