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퇴출될 처지에 놓였다. 세계 해운강자들이 힘을 합쳐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의 두 회사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매출의 60% 이상은 미주와 유럽 등 해운동맹을 기반으로 한 장거리 노선에서 나온다. 부산항을 거쳐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국내 양대 선사가 무너지면 부산지역 경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위기의 한국 해운업] 엎친데 덮친 한진해운·현대상선…'글로벌 해운동맹'서 퇴출 위기
국제무대에서 소외된 한국

글로벌 해운사들은 위기를 인수합병(M&A)과 동맹으로 헤쳐나가고 있다. 작년 말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CGM이 13위인 싱가포르 APL을 인수했다. 중국은 최대 국적선사인 COSCO가 CSCL을 흡수 합병토록 했다. 이들은 원가를 절감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동맹을 형성하고 노선과 선박을 공유하고 있다. 기존 4강 체제였던 글로벌 해운동맹도 올해 2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세계 1,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는 힘을 합쳐 ‘2M’을 결성했다. CMA-CGM은 5위 에버그린(대만), 6위 COSCO(중국), 10위 OOCL(홍콩)과 새로운 해운동맹인 ‘오션’을 구성했다.

프랑스 해운통계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2M과 오션 등 2개 해운동맹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71.4%에 달한다. 이전까지는 4대 해운동맹이 세계시장을 20~30%씩 나눠 가졌다.

작년 10월 정부의 합병권고를 거절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해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퇴출될 처지에 놓였다. 외국 해운사들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 해운사와 동맹 맺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무디스 계열사인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2011년 ‘A’에서 지난달 ‘BB’까지 5년간 6단계 내렸다. 현대상선도 같은 기간 ‘A’에서 ‘D’로 14단계 낮췄다.

지난 18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대상선을 ‘제일 걱정되는 회사’로 지목한 것은 이런 외국 해운사의 우려를 부채질했다.

퇴출되면 연간 4조원 손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선주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서 퇴출돼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영업권을 잃으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연간 3조9854억원에 달한다. 수익성을 따지는 글로벌 선사들이 미주 항로(아시아~미주)의 중간 기착지를 부산항에서 일본 도쿄나 오사카항으로 대체하고, 유럽항로(아시아~유럽)에서는 부산항 대신 중국 상하이나 홍콩항을 거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진해운도 곧 자율협약 신청

한진해운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이 요구한 자율협약(채권단 관리) 체결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오는 6월27일 만기 도래하는 1900억원어치 회사채를 갚을 돈이 없어 사채권자 집회를 통한 만기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금융권 차입금은 5조6000억원이고 현대상선은 4조8000억원이다.

현대상선은 영국과 그리스 등의 선주 5~6곳과 용선료(선주에게 배를 빌려 쓰는 비용)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채권단이 연간 2조원가량인 용선료를 30%(약 6000억원) 절감할 것을 요구해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외국 선주들이 현대상선 측의 요구대로 용선료를 낮추는 대신 반대급부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달라거나 출자전환에 참여해 3~5년 후 매각 차익이 남도록 하는 옵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협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를 낮추면 오는 7월까지 채권단과 사채권자 등의 채무 재조정이 완료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면하게 된다.

채권단의 출자전환으로 대주주가 바뀌면 앞으로 경영권은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쥐게 된다. 하지만 용선료 협상에 실패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 청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대규/홍윤정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