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짓는다"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 공장을 새로 짓는다. 작년 이후 대규모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석유사업 부문의 호황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비(非)석유사업 부문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려는 의도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사진)은 20일 서울 서린동 SK 서린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연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2차전지 분리막(LiBS) 사업은 충남 서산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경쟁, 이제 시작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 삼성SDI 등 경쟁사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부회장은 이런 지적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만큼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의 경쟁은 42.195㎞를 뛰어야 하는 마라톤으로 비유하면 전체 레이스에서 아직 1㎞도 달리지 않았다”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삼성SDI에 비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중국은 자국 내 환경보호, 신산업 육성 측면에서 전기차 산업을 밀고 있다”며 “중국 내 자동차 기업,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외국 기업 등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파트너를 물색해 추가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 등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 등과 2014년 설립한 합작법인 BESK테크놀로지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팩을 생산하고 있다.

◆불황은 길고, 호황은 짧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2014년 총 702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작년에 4조73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유가 하락이 수요 확대로 이어지면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 등을 뺀 가격)이 커진 덕분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정유 4사는 1분기에 최대 2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미국 셰일오일 개발, 중국 수요 부진으로 나타난 글로벌 정유시장에서의 공급 과잉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호황은 짧은 기간에 끝나고 불황은 길게 이어지는 환경이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짧은 호황기에 사업구조와 기업문화를 확 바꿔 불황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이나 합작법인 설립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원료를 보유한 기업이나 유전, 시장이 큰 지역에 있는 기업,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 등이 타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석유화학회사 SK종합화학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뛰어난 원천기술을 보유한 유럽의 강소 화학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