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끌어온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도입이 다음달부터 시작된다. 방위사업청은 오는 8월까지 1차로 도입하는 물량을 전량 이탈리아산으로 채택했다. 국내 방위산업업계는 “방산비리 여파로 방사청이 극도로 몸을 사리면서 국내 방산기업이 해군 해상작전헬기 사업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5조 해군헬기사업 외국기업 독식하나
○머뭇대는 방사청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작전요구 성능(ROC)의 모든 항목을 통과한 이탈리아 방산업체 핀메카니카그룹의 AW-159(와일드 캣) 헬기를 다음달까지 4대 도입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방사청은 8월까지 AW-159 헬기 4대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해상작전헬기는 바다 위를 날아다니며 적군의 잠수함 및 함정을 탐지해 공격하는 장비다.

해군은 1차 사업분 8대 이외에 중장기적으로 54대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엔 2차 도입 예정분 12대를 포함해 1990년부터 구매한 헬기에 대한 교체수요(24대), 이지스함 배치용(6대), 차기 구축함 배치용(12대) 등이 포함돼 있다. 에어버스 자회사 에어버스헬리콥터가 추정한 앞으로 30년간 한국 해상작전헬기 시장 규모는 총 100여대, 약 15조원 규모다.

방사청은 2020년까지 완료할 계획인 2차 12대 도입 건과 관련해 역량이 검증된 해외 기업의 헬기를 구매할지, 방위산업 역량 제고를 위해 국내에서 개발할지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새 방산비리가 불거지면서 방사청이 연구·용역만 세 차례 시행하고 정작 결정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선 외국 헬기를 구입하는 게 낫다는 공감대만 형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해군작전헬기, 외국계 독식하나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2차 도입 예정분 12대를 국내에서 개발할 경우 30년간 정비·운용비용을 합쳐 1조80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개발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자체 개발한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량해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반면 핀메카니카에서 구매하면 1조5000억원, 미국 시콜스키 헬기를 들여오면 1조7000억원이 든다. 비용 측면에선 외국산 헬기를 도입하는 게 유리한 셈이다.

이에 대해 방산업계는 “방산비리로 코너에 몰린 방사청이 해상작전헬기 사업과 관련, 지나치게 초기 도입 비용 절감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덕주 미국 헬리콥터학회 부회장(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은 “외국산 해상작전헬기는 한국의 파도, 바람 등과 맞지 않고 사고가 잦은 문제점이 있다”며 “외국산은 구매 가격이 싸지만 정비 및 운용비용은 국산 헬기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추정되고 부품 조달이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일본은 무기 개발비가 구매비의 200% 이하면 자체 개발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한국은 개발비가 구매비의 120%만 넘어도 수입을 결정할 정도로 국방기술의 가치를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대규/김순신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