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KDI도 2%대로 내릴 듯…2%대 대세 속 정부 3%대 고수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지속으로 각 기관과 경제연구소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국내 예측 기관 중 가장 낮은 2.4%로 전망을 낮췄고 금융연구원도 2.6%로 내리는 등 올해 성장률 전망은 2%대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정부는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고집하고 있다.

올해도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부진한 양상이 지속되면 저성장이 고착화, 장기화되면서 경제 전체의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4일 내놓은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LG경제연구원의 올 성장률 전망은 정부와 한국은행,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요 10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평균 2.6%에서 이달 초 2.5%로 내렸고 모건스탠리와 UBS는 가장 낮은 2.3%를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기 부진과 우리 주력제품의 산업경기 위축 등으로 국내 경기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수출이 호전되기 어렵다"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원은 "수출부진으로 기업수익성이 떨어지고 고용과 임금 상승세도 둔화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경기의 활력도 점차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주택경기의 상승세가 멈추면서 건설투자 증가세로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서비스업의 고용 둔화로 취업자 증가 규모가 20만명대로 낮아지고 소비자물가도 1% 내외 오르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금융연구원도 정책효과 종료에 따른 내수 정체와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상반기엔 내수 부양책의 효과가 남아있고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기저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2.9% 성장하지만, 하반기엔 2.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개별소비세 인하가 끝난 영향으로 증가율이 작년(2.1%)보다 떨어진 1.8%에 그치고 설비투자도 4.2%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난 12일엔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작년 10월 제시했던 3.2%보다 0.5%포인트 낮춘 2.7%로 수정, 발표했다.

한국은행도 오는 1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 뒤 올 성장률 전망을 수정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올 경제성장률이 3%를 다소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어 2%대 후반의 수치가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올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조만간 성장률 전망을 수정 발표할 예정인데 IMF의 전망이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KDI의 전망도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올해도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친다면 작년(2.6%)에 이어 2년 연속으로 3% 성장에 미달하는 셈이며, 2012년(2.3%)이후 5년 중 2014년(3.3%) 한 해를 제외한 4개년의 성장률이 모두 2%대에 머물게 된다.

이에 따라 3%대 초반 또는 2%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까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3%대를 고수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 경제설명회에서 "재정·통화정책 여력이 있고 투자·수출 활성화 대책과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어려워졌고 생산인구 감소라는 성장저하요인도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국면이 장기화되고 있고 상황이 안 좋으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