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펀드매니저의 현금보유 비율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 대신 주식투자 비중은 줄어드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 등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월가 펀드매니저들은 운용자산의 5.4%를 현금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비율은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월 5.6%에 근접한 것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상 현금보유 비중이 4.5%가 넘으면 주식을 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이번에는 채권과 주식이 고평가돼 있어 매수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BoA가 매달 시행하는 이 설문은 월가의 투자 분위기를 실시간 반영하는 대표적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설문에는 월가 펀드매니저 164명이 응했다. 이들의 운용자산 합계액만 4930억달러에 달한다.

펀드매니저의 운용자산 중 주식에 배정된 비중은 9%로, 지난달 13%에서 대폭 줄었다. 2012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은 201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일본은행의 경기부양책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일본 증시에서 투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펀드매니저 10명 중 2명꼴인 21%는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 테일리스크로 양적 완화 정책의 실패를 꼽았다. 테일리스크는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몰고 오는 위험을 뜻한다. 이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19%)가 뒤를 이었다. 다만 펀드매니저는 브렉시트가 일어날 확률을 14%로 예상해 실질적인 위협으로 간주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