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신화’로 불린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의 구속 이후 정부의 ‘민간주도 창업지원사업(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s·팁스)’이 시작 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번 사태로 벤처 투자가 사실상 ‘올스톱’되는 등 벤처업계도 비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팁스의 전반적 운용과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중소기업청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업계 관행에 대한 ‘시각차’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관행적인 부분에 검찰이 엄정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호 대표 구속으로 불거진 팁스 운용의 3대 쟁점사안을 정리했다.
'호창성 사태'로 기로에 선 팁스…스타트업 "불똥 어디로 튀나" 촉각
○무형의 지원도 지분가치 인정?

팁스는 기획사가 연예인을 키워내는 것과 비슷한 프로그램이다. 가능성 있는 창업기업을 발굴하는 것부터 육성하고 큰 무대(기업공개, 매각 등)로 내보내는 것까지 모두 운용사가 책임진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는 자금 지원뿐 아니라 멘토링과 네트워크 연결 등 돈이나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무형의 지원’까지 도맡는다. 호 대표의 구속 때 검찰이 문제 삼은 것은 무형의 지원 부분이다. 투자한 돈은 1억원인데 2억원어치 지분을 가져갔다면 나머지 1억원은 ‘알선수재’에 따른 대가로 봤다. 무형의 지원을 지분가치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업계에선 무형의 지원까지 가치로 환산해 지분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 초기에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보상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한 운용사 대표는 “사업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필요한 사람들과 연결해주면서 심지어 밥도 자주 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무형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운용사의 자의적 판단을 무작정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부 보조금 유용 가능성은?

팁스에 참여한 창업기업에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된다. 운용사가 1억원을 투자하면 최대 9억원까지 정부 지원금(보조금)이 나간다. 팁스에는 지난 1월까지 158개 창업기업이 선정돼 573억원가량의 정부 보조금이 들어갔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가 허위 투자계약서로 인해 지급됐고 이 때문에 ‘사기’라고 판단했다. 팁스 운용사가 창업기업에 들어온 정부 보조금까지 챙겼다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 유용은 이전에도 문제가 됐다. 보조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불법 브로커가 기업에 접근하는 일이 많았다. 보조금을 수령하면 브로커와 기업이 나눠 갖는 형태였다.

정부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때 현금이 아닌 포인트를 주고 있다. 팁스에 지급된 정부 보조금 중 약 88%인 505억원이 R&D 포인트 자금이다. R&D 포인트는 연구 기자재나 원재료 구입 때 쓸 수 있다. 한정된 온라인몰 등에서만 포인트 사용이 가능하고 세금계산서 발급 등 절차도 까다롭다. 하지만 등록된 온라인몰과 업체가 ‘짬짜미’를 할 경우 보조금 빼돌리기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월한 지위 운용사의 ‘甲질’?

팁스 운용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 대표는 팁스에 참여한 158개 창업기업이 서로 투자를 받으려고 요청받은 인물 중 하나다. 중소기업청이 호 대표를 간신히 ‘모셔온’ 것으로 알려질 만큼 영향력이 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더벤처스로부터 1억원을 투자받은 한 창업기업은 다른 곳에서 3억원 투자를 제안받았지만 거부할 만큼 호 대표가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은 전적으로 운용사에 권한을 줬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운용사에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시정사항이 없었다”며 “창업기업들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21개 운용사 중 한 곳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갑질 논란 우려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안재광/이현동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