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시장에 1999년 실리콘밸리를 연상케 하는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O2O 업체들이 ‘출혈 경쟁’으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는 데도 투자자금이 계속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중국 O2O 서비스 업체가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로부터 막대한 투자자금을 받는 가운데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해 계속 경쟁하고 있다”며 “1999년 실리콘밸리의 ‘닷컴 거품’이 연상된다”고 보도했다.

연간 O2O 서비스에 투자되는 금액은 500억위안(약 8조8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바바, 텐센트를 비롯한 정보기술(IT)기업, VC, PEF의 자금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옛 디디콰이디)의 기업가치는 올해 200억달러로, 지난 7월 이후 33% 넘게 올랐다. 우버차이나의 기업가치도 8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의 O2O 서비스 업체는 투자자금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출혈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트레비스 칼라닉 우버 회장은 지난해 9월 “우버차이나는 1년에 1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 중 상당 부분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보조금 지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우버차이나 경쟁업체인 디디추싱도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40억달러를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O2O 서비스 업체의 이익은 5년 뒤에도 연간 투자금액(500억위안)의 절반에 불과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HSBC는 “2021년 O2O 시장에서 거둘 수 있는 이익은 260억위안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켄 수 고비캐피털 파트너는 “사용자들은 O2O업체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며 “어느 업체가 보조금을 더 많이 주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