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등 마이너스 금리에 IMF "현금 쌓아두기" 부작용 우려

도쿄 증시에서 연초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일본 주식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거뒀다고 블룸버그가 11일 보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13주 연속으로 도쿄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한 바 있다.

경제 지표가 부진하고 일본은행의 부양정책이 역효과를 낸 데다 엔화 강세로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자 외국인들은 1월 둘째 주부터 5조엔(약 53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1998년의 16주 이후 최장 순매도였다.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것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타격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들은 아베가 성장 전략의 리트머스로 제시했던 증시에서 가장 활발한 거래자들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2013년 9월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했을 때 "일본이 돌아왔다"고 선언하면서 "아베노믹스를 사라"고 하기도 했다.

당시는 주가가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때였지만 지금은 주가가 그때의 절반으로 내려앉았다.

운용자산이 1천150억달러인 AMP 캐피털 인베스터스의 나데르 네이미는 "일본은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주식의 오랜 팬이었지만 지금은 매도할 기회를 보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이 아베노믹스에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도쿄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치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들은 2012∼2015년 18조5억엔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스미모토 미쓰이 자산운용의 전략가인 이치카와 마사히로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로 디플레이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은 증시를 떠받치는 데 필요한데,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신뢰를 잃은 대중들이 지출을 줄이고 그 결과 일본이 다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인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아베노믹스의 미래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트스위스와 블랙록에 이어 씨티그룹도 지난 7일 일본 주식에 대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스위스의 500억 달러 규모 자산운용사 LGT 캐피털 파트너스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실망 때문에 지난주에 "일본 부활 전략"을 폐기하고 투자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는 일본과 유로존 등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가 소비자 지출에 타격을 주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저금리 때문에 예금자들이 은퇴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수익을 올릴 수 없으며 이 때문에 이들은 당장 소비하기보다는 저축을 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형적인 35세의 경우 장기 금리가 2%라면 동일한 퇴직소득을 위해 금리가 5%일 때보다 3배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는 예를 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국 중앙은행이 채택한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까지 수요를 진작하고 물가를 떠받치는데 대체로 긍정적이었다면서도 사람들이 현금을 쌓아두게 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IMF의 호세 비냘스는 10일 블로그에 올린 보고서에서 기업과 개인이 현금을 비축하기 시작할 수 있어 금리가 무한정 낮아질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2014년 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스위스에서는 현금 수요가 늘어나는 등 이미 현금 비축의 증거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 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세션에서 일본은행이 지난 1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역효과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