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호주·일본 등 생존 몸부림…중국은 "수출강화" 전망

세계 철강업계가 과잉생산 우려 목소리에 아랑곳없이 쏟아져나오는 저가 중국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의 타티스틸이 영국 철강산업 인력의 80%를 차지하는 영국공장을 매각하는 작업에 나선 가운데 호주 철강업체 아리움(Arrium)은 7일 사실상 파산인 자발적 법정관리를 선언하는 등 각국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에서는 새로운 '빙하시대'에 들어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나 중국 일부 주요 업체의 증산은 지속하고 있다고 일간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 리뷰(AFR)가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최대 상장업체인 철강업체 바오스틸(Baosteel)은 지난달 31일 세계 철강업계의 아우성에도 올해 생산량을 20% 늘려 2천710만t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450만t 가량 늘어난 것으로, 증가 규모만 지난해 호주 전체의 생산량과 비슷하다.

바오스틸은 지난해 수익이 83%나 떨어지는 등 손실이 커가고 있지만, 합리적인 선택이랄 수 있는 생산량 감축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 철강정보업체 마이스틸(Mysteel)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수출 추정치는 약 1억t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0%가 적지만 2009년보다 여전히 5배나 많다.

또 중국의 지난해 수출규모는 세계 2위 생산업체인 일본의 한해 생산량 수준이다.

이처럼 막대한 양의 수출이 이어지는 것은 중국 정부와 철강업체들의 개선 의지가 결여된 결과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중국 수뇌부는 수년간 대외적으로 과잉공급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지방 정부들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세수가 줄뿐만 아니라 일자리 감소에 따른 사회 불안을 우려하면서 철강업체에 자금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결국 중국 중앙정부도 업체들을 파산으로 유도하기보다는 향후 5년간 점진적인 합병이나 부실채권 출자전환으로 나가는 길을 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방침 아래 중국은 현재 10억t 이상의 생산규모를 약 7억 t 규모에서 안정시키고 국내수요 6억t, 수출 1억t 정도로 목표를 잡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 ANZ 은행 상품애널리스트인 대니얼 하인스는 "중국 철강부문은 국내 수요가 약화되고 정부가 아시아 유럽 간 인프라 개선을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하면서 수출 지향적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이같은 정책 방향에 다른 철강생산국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인도에 본사를 둔 타타스틸 측이 영국 공장들에 대해 추가 자금 투입보다는 매각을 추진, 수만개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으면서 영국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는 최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과잉생산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정부도 내주 중국을 방문하는 맬컴 턴불 총리가 철강문제를 제기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중국에 철광석을 대량 공급해왔다는 점에서 쉽사리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 일본은 세계 2위이자 국내 최대 업체 신일철주금이 최근 4위 업체 닛신제강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 산업 재편이 이뤄지고 있으며, 한국의 포스코는 지난해 7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cool21@yna.co.kr